[DT현장] 노조도 등 돌린 `과학기술정책`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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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노조도 등 돌린 `과학기술정책`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문재인 정부 3년차 과학기술 정책은 이명박 정부 5년, 박근혜 정부 4년, 총 9년보다 오히려 후퇴했다."

지난 18일 공공연구노조는 '제52회 과학의 날(4월 21일)'을 앞두고 대전 대덕특구 기자실을 찾아 집권 3년차를 맞는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 이같이 혹평했다. 과학기술계를 대표해 문재인 정부 출범을 열렬히 환영했고, '사람 중심의 과학기술 정책 실현'에 누구보다 지지를 표명했던 노조 조차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 홀대'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노조는 △국가 과학기술시스템 의사결정·자문기구 혁신 △국가R&D사업의 관리체계 혁신 △PBS (연구과제중심제도) 폐지 및 왜곡된 출연연 R&R(역할·책임) 추진 중단 △제대로 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 △정년 환원과 임금피크제 폐지 △출연연 기관장 선출제도 투명성 확보 등 과학기술계가 안고 있는 여러 현안과 문제를 꼬집었다.

순간, "얼마나 이번 정부가 잘못하고 있으면 노조까지 나섰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정부 성향의 노조가 '비교 금기 대상'인 전 정권과 비교해 가면 현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난맥상과 문제점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움과 씁쓸한 마음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과학기술 분야를 취재하는 필자 입장이 이럴진대, 정작 연구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과학기술인의 마음이야 어땠을까라는 생각에 이르자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지난 21일은 '제52회 과학의 날'이었다. 여러 법정기념일 중 하나지만, 제정된 올해로 52년이나 될 정도로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일반 국민은 물론 과학기술인 조차 과학의 날이 지닌 숭고한 뜻과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과학의 날은 일제강점기 시절, 과학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1934년 4월 19일 과학 대중화 운동의 선각자인 김용관이 찰스 다윈 50주기를 기념해 시작됐다. 하지만 일제의 억압을 받아 김용관 지도자의 투옥으로 중단된 이후 과학기술처 발족일인 1967년 4월 21일을 기념해 이듬해인 1968년 '과학의 날'로 정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과학의 날은 이처럼 일제의 억압과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을 민족에게 알리고자 했던 한 선각자의 항일 정신이 투영된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과학의 날 취지가 점차 퇴색되고, 정부 역시 '과학의 날'을 '정보통신의 날(4월 22일)'과 통합해 '과학·정보통신의 날'이라는 융합형(?) 이름으로 기념식을 형식적으로 치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과학기술은 반 세기 만에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 올라설 수 있도록 한 원천이었다. 아시아 최빈국에서 단기간 내 아시아 부국을 넘어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선진국 반열에 올라설 수 있게 급속한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데 과학기술인의 헌신과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60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들이 가장 자랑스러운 성취로 '과학기술 발전'을 꼽을 정도로, 한 때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신뢰는 엄청났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지난 9년 간의 보수정권을 거치면서 과학기술은 정부와 정치에 의해 이용당하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과학기술 행정체계를 보면 참여 정부 시절, 과학기술부총리로 격상된 과학기술 위상은 MB정부 들어 교육과 합쳐져 '교육과학기술부'라는 어색한 이름을 얻었다. 5년 내내 한국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교육'에 밀려 천대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엉뚱한 이름'을 달고 창조경제를 떠받치는 신세로 입지가 좁아졌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를 만나 9년 간 빼앗긴 이름을 되찾고 비로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라는 제 옷을 입고 새로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렇지만, 집권 3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는 '과학기술' 이름만 찾아줬을 뿐,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하게끔 해 주지 않았다. 과학기술 정책과 행정에 새로운 변화를 기대했던 국민과 과학기술인의 현장 민심은 기대감에서 우려감으로 바뀌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 역시 과학기술인을 신뢰하지 않고,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는 점이다. 정부와 과학기술인이 서로를 불신하고, 각자의 역할은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등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일련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과학기술의 역할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과학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다시 말해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해 있는 위기와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려면 과학기술이 성장동력으로 다시 한번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학의 날 52주년을 계기로 노조가 정부에 요구한 것처럼 목표와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정책과 행정이 제자리를 찾아 하루빨리 새로운 시대적 임무와 대안 제시에 힘써줬으면 한다. 그리고, 정부가 지향하는 '사람 중심의 과학기술 정책 실현'이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과학기술에 대한 진정성을 정부가 먼저 보이고 과학기술인들이 다시금 국가 발전에 기여하도록 더 많은 관심과 격려가 필요해 보인다. 그런 날이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 아니 4년차, 5년차에도 실현되길 과학기술 생태계의 한 일원으로 염원해 본다.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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