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혁신 포기한 정부

김동욱 산업부 증권부동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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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혁신 포기한 정부
김동욱 산업부 증권부동산 팀장

2019년을 시작해보니 역시나 '각자도생(各自圖生)의 해'가 맞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우리 경제가 크게 망가진 상황에서 누구도 도움을 바랄 수 없고 개인마다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하는 냉혹하고 잔인한 해가 될 거라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인 김현철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8일 5060 세대를 두고 "한국에서 SNS에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항서 감독도 베트남에서 새 감독이 필요하다고 해 (베트남에) 가서 인생 이모작 대박을 터뜨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또 "여기 앉아서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라"며 "여기(아세안) 보면 '해피조선'"이라고도 했다. 이어 "국문과(전공 학생들) 취직 안 되지 않느냐"며 "그런 학생들 왕창 뽑아서 태국·인도네시아에 한글 선생님으로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혁신이나 이런 것 생각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라는 말에 민심은 들끓었다. 최저임금 과속인상시켜서 청년 일자리 숨통 조인 당사자로서 참으로 무책임한 발언이다. 혁신을 외면하는 장면은 수시로 연출된다. 이달 25일에는 택시-카풀 갈등 해결을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택시업계 4단체, 카카오 모빌리티 측이 만나 이른바 사회적 대타협 기구 2차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자가용이 아닌 택시와 플랫폼 기술을 결합해 국민들에게 편리한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타협이라면서 결국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다. 두 차례의 택시 기사 분신과 전국적인 '카카오 카풀 반대 집회'에 백기 투항한 셈이다. 전현희 의원은 이날 "미국 등 영토가 넓은 나라는 택시가 부족해 자가용을 이용한 (우버·리프트·그랩 등) 영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영토도 좁고 대중교통수단도 완비돼 있으며 택시도 많다"며 "(교통 환경이 다른 나라와 달라) 우리나라만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적 독특한 모델'이 뭔지는 많이 겪어 봤다. 한국적 민주주의 등 '한국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때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 똑똑히 봐 왔다. 갈라파고스는 원래 듣도 보도 못한 세상이다. 이 참에 세계와 차단된 갈라파고스에서 살자는 자조적인 소리까지 들린다. 결국 국토부와 여당이 카풀의 본래 취지와 공유경제의 의미는 뒤로 제치고 택시합승을 허용하겠다는 말과 다름 없는 셈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이것은 특정 집단의 사업 모델 변경인데 뭐하러 대타협이라고 부르느냐"며 "택시 카풀은 옛날에 불법으로 많이 했던 택시 합승"이라고 꼬집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결정 역시 또 미뤄졌다. 민노총과 밀월관계이고 친 민노총 정부인 문 정부의 민노총에 대한 구애가 민노총 대의원 대회에서 최종적으로 거부됐다. 앞서 한국노총도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했다.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중시하는 것은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대화로 조율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게 목적이라고 한다. 취지는 그럴 듯 한데 택시 노조의 사례에서 보듯 민주노총 한국노총은 이미 정부가 제어할 수 없는 상태로 커져 버렸다. 여당에서 비판한 것처럼 한국에서 민노총은 강자이고 권력이 됐다. 이들은 역대 최대 규모로 세를 불렸고 자신들의 주장만을 관철시키려 한다. 한마디로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는 것이다. 최저임금문제, 근로시간단축, 탄력근로제 등 갈등과 폭력이 아닌 사회적 대화로 풀어야 할 중요한 이슈가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대화를 거부했다. 민주노총의 거부는 단순한 경사노위 참석이 아니라 국민과의 대화를 거부한 것이다. 이들에게 대화를 통한 양보와 이를 통한 혁신은 먼 나라 이야기인 셈이다. 정치는 경제와 직결된다. 정치가 잘못되면 제대로 돌아가지가 않는다. 수십년간 북한에 돈을 퍼부었지만 잘 사는 나라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조선은 스스로 정치 혁신하지 못해서 서서히 망해 가다 일본에 의해 강제로 개혁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전 세계는 물류와 교통의 디지털 혁신에 바쁘게 움직이는데 우리는 택시단체, 노동자 단체들의 큰 소리에 모든게 먹통이 됐다. 정부는 4차산업혁명, 혁신성장 꾸준히 립서비스만 하는 셈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지금까지 벌려놓고 수습하지 못하는 정책들을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수정해야 한다. 그것만이 각자도생의 늪에 빠진 국민들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김동욱 산업부 증권부동산팀장 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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