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3분기 실적 '롤러코스터'
정제마진 상승해 하락세 반전
SK이노·에쓰오일 모두 '양호'
호황 지속 가능성은 미지수
정제마진 상승해 하락세 반전
SK이노·에쓰오일 모두 '양호'
호황 지속 가능성은 미지수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국제유가 급등으로 정유업계 실적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올 3분기 초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유가가 분기 말 급등하면서 정제마진이 상승곡선을 그린 데 따른 것이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33% 줄어든 7388억원으로 관측됐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S-Oil) 영업이익 역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87% 감소한 3603억원으로 전망됐다. 모두 작년 3분기와 비교해 두 자릿수 이상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오히려 안도하는 분위기다. 작년 3분기의 경우 7월 셸의 유럽 최대 정유공장 화재에 이어 8월 미국 텍사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 등의 '반사효과' 영향이 컸다. 경쟁업체의 화재와 미국 전체 정제설비 시설 25%가량이 몰려있는 텍사스 지역의 피해는 곧 정제마진 상승으로 이어졌다.
정제마진은 원유 가격과 원유를 정제해 생산한 석유 제품 판매 가격 간 차이로, 정유업계 실적의 가늠자다. 사실상 작년 3분기 국내 정유업계는 대외 요인으로 '앉아서 코 푼 격'이 됐다. 이런 특수성을 고려하면 사실상 올해 실적이 크게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올 3분기 초만 해도 우려됐던 정제마진과 국제유가도 회복세가 뚜렷했다. 정제마진은 지난 6월 5 달러 밑으로 떨어진 이후 7월 초에도 하향곡선을 면치 못했다. 정유업계는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을 통상 4.5 달러로 보고 있다. 이후 7월 둘째 주부터 5.3 달러까지 회복한 이후 9월까지 6 달러 수준까지 올라왔다.
지난 8월 16일 배럴당 69.6 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9월 27일 80.36 달러까지 치솟았다.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이익이 늘어나는 만큼 정유업계에는 호재로 인식된다. 정유사가 원유를 국내로 들여와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기까지 약 30~45일 걸린다. 이 기간 유가가 오르면 제품의 가격도 올라 시차효과가 발생, 마진이 높아진다.
증권업계도 국제유가 상승세를 반영해 정유사의 실적을 높여 잡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10월 들어 3분기 영업이익이 7500억~8450억원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에쓰오일 역시 최대 4220억원을 거둘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올 4분기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로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종가 기준 76.41 달러를 기록하며 2014년 11월 이후 약 4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 60 달러 선에서 맴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20% 이상 급등했다. 같은 날 브렌트유 역시 종가 기준 86 달러를 넘어서면서 약 4년 만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26%가량 오른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지속된 호황 사이클 뒤에 찾아올 불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가 몇 년째 어닝서프라이즈를 이어오고 있다"면서도 "호황이 길어질수록 불황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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