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혁신과제 발표 일파만파
취약층 금융·일자리 종합지원 등
발표내용 금융감독 기능과 거리
금융위 노동이사제 부정적 입장
"제2삼바 사태?"… 엇박자 우려
취약층 금융·일자리 종합지원 등
발표내용 금융감독 기능과 거리
금융위 노동이사제 부정적 입장
"제2삼바 사태?"… 엇박자 우려
9일 발표된 금융감독원의 혁신과제는 향후 우리 금융정책의 큰 방향 전환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제는 이 같은 방향 전환이 과연 현장 감독 기구에서 제안해 추진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또다시 금감원의 '월권 논란'이 나타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우리 금융 감독 제도는 정부 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있고, 위원회의 감독 업무를 일임받은 금감원이 금융위의 정책 수행 방침에 따라 현장을 감독하도록 돼 있다. 이번 감독원의 혁신과제에 따르면 그동안 금융위가 밝혀온 방침과는 사뭇 다른 점이 적지 않다. 양측의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사실 지금까지 둘 사이 갈등도 적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금융감독 혁신 과제'를 발표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해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요청한 회계 감치 수정 조치안을 거부할 것이냐는 질문에 "원안 고수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금감원에 지난 4일 4차 회의 때까지 2015년 회계 감리안 외에 2012~2014년 회계 감리까지 포함한 수정 조치안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2015년 회계 감리에서 분식 혐의가 드러난 만큼, 2015년 원안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수정 조치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절차적으로 2012~2014년분까지 검토하는 것은 부담스럽고, 경우에 따라 금감원 이슈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어 원안에 집중해 심의해달라고 입장을 설명한 것"이라며 "다음 회의까지 2012~2014년 회계 감리와 관련한 참고자료는 제출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증선위는 금감원의 최종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오는 18일 정례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해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앞서 금융권의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지만, 윤 원장은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내년부터 금융사 지배구조 경영실태 평가 시 노동 이사를 포함했는지를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당장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들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윤 원장이 17개 세부과제 내용 중에는 노동이사제 도입 검토를 비롯해 자영자와 중소기업 금융지원 강화,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금융·일자리 등 종합 지원과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 지원,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확산, 증권사의 중소기업 자금 지원을 위한 관계형 투자은행 기능 확충, 금융사의 핀테크 투자 활성화 등이 포함됐다.
이는 금융감독 기능과는 무관한 것으로, 분명 금융위가 해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윤 원장 스스로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정책 기능까지 포함하는 문제를 금융위와 사전에 조율했냐는 질문에 "감독이라는 것이 시장에서 정책 집행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돕는 기능도 있다"며 "금융위가 정책 수립해 시행하는 것을 도와줘야 하며, 큰 틀에서 금융위와 조율했다"고 말했다.
김승룡·김민수기자 s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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