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취임 한 달의 경제정책은 일자리 창출을 내용으로 하는 소득주도 성장이 첫발을 뗀 시기로 평가된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발표한 것이 이른바 'J노믹스'의 신호탄이다.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가 9일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김동연호가 출범하면 가계부채 정책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그리고 내년도 세제개편안 등을 내놓고 성장 드라이브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재벌개혁도 강도 높게 진행될 전망이다.
8일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경제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1분기와 2분기 경제 지표를 발판으로 하반기 내수진작을 위한 각종 정책을 준비 중이다.
무엇보다 고용시장 안정과 일자리 확충이 최대 과제다. 실제 문 대통령은 선거기간 내내 '일자리 대통령'임을 강조했고, 취임 이후에도 같은 행보를 이어갔다. 취임 당일인 지난달 10일 1호 업무지시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일자리 상황을 점검하고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자리 지표 14개와 노동시장 관련 지표 4개 등 18개 지표로 구성된 상황판도 집무실에 설치했다. 이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 설치를 지시했고, 청와대 내에는 경제수석 외에 일자리 수석직을 새로 만들었다.
일자리만큼은 진보와 보수와 같은 이념을 떠난 문제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11조 2000억원의 추경을 통해 공공과 민간을 합쳐 11만개 일자리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제로화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 여부 검토 등도 개혁의 도마 위에 올렸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실업자 수는 117만명을 넘었고 청년층 실업률이 11.2%에 달한다. 악화된 고용 지표는 일자리 중심 정책을 꾸리는 근거가 됐다. 일자리를 늘려 소득을 늘려야 계층 간 불평등이 완화되고 동시에 내수도 진작된다는 철학이 바탕에 깔린 것이다. 결국 '일자리 확충-가계소득 증대-소비 회복-기업투자 확대'와 같은 경제 선순환을 이끌겠다는 포석이다.
또 오는 8월 가계부채 경감책의 일환으로 주택 대출 정책도 손본다. 핵심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강화 여부다. 2014년 LTV와 DTI가 각각 60%에서 70%로, 50%에서 60%로 완화된 이후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연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정책 공약에서 제시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DSR에 대해 장하성 대통령 정책실장은 "현 상황에서 다른 새로운 카드가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한 달의 경제정책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정책의 경착륙을 가장 우려했다.
야당은 일자리 정책이 공공부문 비대화와 재정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하고 나선 상황이다. 가계부채 대책에 따른 시장 충격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기업분할명령권으로 대표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벌개혁 역시 재산권 침해 등 논란이 없지 않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자리 정책은 방향이 맞다"며 "다만 고용 시장에 충격을 주기보다 점진적으로 민간 영역과 함께 일자리를 늘리는 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소득 늘리는 정책이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해 경제의 선순환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부동산 버블과 가계부채를 관리하면서 재정지출 확대가 국가 부채 증가로 연결되는 상황이 심화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 이익 감소와 구조조정에 따른 민간 부문 고용 여건 악화가 상당한 만큼 이를 감안한 고용정책을 꾸리고, 공공부문 일자리 재원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는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재정과 금융 정책을 종합한 패키지 형태로 마련해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권대경·문혜원 기자 kwon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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