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달러·엔화 가치 급등… 자동차·전자·철강 등 반사이익
EU역내 국가와 교역 확대 기회
불확실성 공포에 세계시장 경색… 조선·해운업 유동성 위기 우려
정유·화학 분야는 제한적일 듯
EU역내 국가와 교역 확대 기회
불확실성 공포에 세계시장 경색… 조선·해운업 유동성 위기 우려
정유·화학 분야는 제한적일 듯
■브렉시트 이후… 산업계 영향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선택하면서 수요 산업계가 시장 영향과 득실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엔고 등 환율에 따른 일부 업종의 수출 경쟁력 강화 효과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세계 경제 위축과 연쇄적인 보호무역 움직임으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많다.
이에 정부는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검토하는 등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브렉시트로 인한 전자와 자동차, 조선, 철강, 해운, 정유·화학 등 주요 수출업종은 당장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일부 업종은 환율로 인한 경쟁력 강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도쿄 외환 시장에서 23일 달러당 104엔 전반 수준이던 엔화 가치는 24일 브렉시트가 결정된 후 한때 1달러에 99엔을 기록하는 등 가치가 급등했다. 만약 엔화 가치가 1달러에 100엔, 1유로에 110엔 수준으로 상승한 상태가 1년간 이어지면 토요타나 캐논 등 주요 수출 기업 25개사의 영업이익은 기존 예상보다 9000억엔(약 10조3201억원)정도 줄어든다.
이에 따라 자동차와 전자, 철강 등 일본과 경쟁 중인 일부 수출업종에서는 수출 경쟁력 강화라는 반사이익도 예상된다. 특히 도요타, 닛산 등 영국에 생산기지를 둔 일본 차는 다른 유럽 국가에 수출할 때 관세를 부담해야 해 더욱 불리해질 수 있다.
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특히 EU 역내 국가 중 영국과 교역이 활발한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의 경우 영국과의 교역에서 관세장벽이 생기면 우리 수출기업에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한·영 FTA 체결에 대한 검토를 시작하면서 브렉시트를 수출에 유리한 상황으로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한국과 영국 간 통상관계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양자 간 FTA 체결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며 "앞으로 EU와 영국 간의 통상관계가 재정립되는 방향을 지속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기업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양자 간 FTA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 영국 수출액은 73억9000만달러(전체의 1.4%)로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지만, 지난해 대 영국 수출 증가율은 27.8%로 한국 제품에 대한 현지 시장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하지만 불확실성 확대와 금융시장의 급속한 냉각으로 세계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당장 조선업계의 경우 주요 선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발주를 꺼려 회복 중인 시장이 다시 냉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유·화학업계의 경우 긍정·부정적인 측면이 동시에 있어 단기간에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긴 어렵다. 이들은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의 감소를 부정적인 면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유예와 달러·엔화강세로 인한 환차익 등을 긍정적인 면으로 각각 꼽고 있다.
아울러 최근 막대한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해온 채권은행이 단기 환 변동에 대응하면서 자금 지원에 주저할 경우 조선·해운업계 전반에 유동성 위기가 커질 수 있다.이에 대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원화 절하로 영업 경쟁력이 강화하는 측면도 있지만, 거시경제 측면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 투자심리 위축 등 불확실성이 커져 수요가 위축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 중 뭐가 더 클지 예상이 지금은 어려워서 섣부르게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밖에 영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100여 개사는 아직 영국이 EU를 완전히 탈퇴하기까지 2년 정도의 기간이 남은 만큼 큰 동요 없이 장단기 영향 분석을 하고 있다.
한편 세계 각국 기업들도 브렉시트에 따른 시장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KOTRA가 브렉시트 결정 직후 각국 무역관을 통해 긴급 조사한 바로는 포드, 닛산, 도요타 등 영국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자동차 업체는 EU 내 거점 마련 등 유럽 지역 전략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방침이고, 유럽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는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 웨일스의 생산공장을 프랑스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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