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 털어 연구 매진… '상대선박 무전기 자동식별장치' 개발 성공
'교신 부재' 원인 근본 해소…선박사고 획기적 감소 기대
국내특허 출원후 무상 양도
'교신 부재' 원인 근본 해소…선박사고 획기적 감소 기대
국내특허 출원후 무상 양도
#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맹골수도에는 무려 123정의 배가 몰려들었다. 400명이 넘는 승객을 태우고 가던 선박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소식에 인명 구조를 위해 급히 집합한 것이다. 하지만 이 123정의 배는 결국 대부분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 교신 없이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제 2의 충돌, 침몰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세월호와 교신을 해야 했는데, 구조를 위해 접근해야 하는 세월호와 전혀 교신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선박은 국제 표준에 따라 해상용 무전기(VHF) 채널 16으로 교신하도록 돼 있지만, 이날 세월호는 제주 VTS와 채널 12로 통신하고 있었다.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 발생한 해양사고는 총 1418건이다. 이중 선박 충돌 사고는 230건에 달한다. 해양경비안전본부는 선박 충돌사고의 제 1 원인으로 '교신 부재'를 꼽고 있다.
국제 표준으로 지정된 채널이 변경됐거나 무전기 상태에 이상이 생겨 교신이 불가능한 경우 사고로 이어진 사례가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 소속 전병재 경감, 김영습 경위, 김종진 경장은 세월호 사고를 지켜보며 교신 부재라는 사고 원인을 해결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무전기를 손에 들고 애타게 상대 선박을 부르며 답답해 할 것이 아니라, 해당 선박의 무전기 운용 상태 정보를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이런 교신 부재로 인한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누구 하나 시킨 이도 없고 정부의 예산 지원조차 없었다. 그저 다시는 이런 참혹한 사고가 발생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세 사람을 끝없이 채찍질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세 사람은 사비를 들여 기술을 개발하고 테스트했다. 그 결과 상대 선박을 레이더에서 클릭하면 해당 선박 무전기의 채널이 몇 번에 있는지, 음량이나 전원 상태는 양호한지 자동으로 파악할 수 있는 '상대선박 무전기 자동식별장치'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모든 선박에 설치가 의무화 돼 있는 '초단파무선통신장비(VHF)'를 선박자동식별장치(AIS)가 식별해 무전기 상태나 채널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월호 사례처럼 채널이 서로 달라 교신이 불가능하다면 신속하게 대안 통신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기술은 현재 국내 특허를 취득했으며, 국제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김영습 경위는 "모든 배에는 VHF와 AIS가 설치돼 있으며 상호 인식할 수 있는 체계를 갖고 있다"면서 "이를 활용해 상태 교신상태를 확인할 수만 있어도 해상 관제 업무가 원활해지고 불필요한 호출을 줄여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 사람은 특허 출원 후 이 기술과 특허를 무상으로 정부에 양도했다. 안전처는 해당 기술이 해상 사고 예방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전체 선박에 의무 탑재할 수 있도록 전파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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