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는 매우 예민한 개인정보로 유출, 변조, 손상되는 경우 발생하는 피해는 금전적인 부문에 한정되지 않는다. 종이차트 시대에는 전체 데이터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일부의 손실은 흔하게 발생하지만 천재지변이나 전쟁과 같은 재난에 의해 의료기관 자체가 파괴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의료 데이터의 치명적인 손실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체 의료정보와 기록이 디지털 시스템에 저장되는 현 시점에서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치명적인 대규모 의료데이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분명 의료정보시스템은 편리하며 효율적이지만, 충분히 유지-보수-관리되고 다양한 상황이 대비되지 않으면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의료정보를 조회하지 못하는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면 아예 병원 전체의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의료정보시스템은 24시간, 365일 쉴 틈 없이 계속 작동되어야만 한다. 병원 업무자체가 휴일 없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이나 일반적인 기업과는 달리 시스템을 내리고 진행하는 전체 점검을 수시로 진행하기도 어렵다. 대형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투자는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관들의 빡빡한 경영 현실을 볼 때 이 분야의 투자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사고는 항상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회복이 가능한 것인지 불가능한 것인지 나누어질 뿐이다. 그래서 작은 사고에서 얻은 지식으로 큰 사고를 예방하는 지혜를 얻는 것이다. 이런 상식을 바탕으로 의료정보시스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은 분석(Analysis), 설계(Design), 예비(Backup), 예방(Prevention), 비상대비 훈련(Drill)으로 나누어진다.
사고의 예방은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에서 시작된다.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하고 원인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작업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도입할 때부터 완벽한 의료정보시스템은 없다. 운영해가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크고 작은 전산 오류를 분석(Analysis)하고 해결방법을 설계(Design)하고 제일 중요한 데이터와 솔루션을 백업(Backup)하는데서 의료정보시스템의 안전이 시작된다. 이 과정이 완료되면 설계에 따라 프로세스와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투자-보완-개선하여(Prevention) 사고 발생가능성을 최소화 한다. 언제라도 경험하거나 예측하지 못한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 최악의 상황에 대한 위기대응 훈련(Drill)이다. 아무리 발전된 의료정보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아예 컴퓨터를 사용 못하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즉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종이차트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무제한적인 지원이 가능하다면 보다 완벽한 안전 보장 시스템을 준비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당장 잘 돌아간다면 비용을 들여 예방하기 보다는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보완하는 방향을 택하게 된다. 지난 기고에서 언급하듯 의료정보 분야의 운영에는 인적, 물적, 시간적 자원에 충분한 여유가 없다. 이런 제한된 환경에서 노력을 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의료정보시스템을 운영하는 병원들 중 응급복구 시스템(Disaster Recovery System)을 운영하는 경우가 소수이며 외부 침입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전산망 분리도 일부 대형병원에서 시도하는 정도이다. 예비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 이 모두가 상당한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각 병원들이 개별적으로 진행하게 한다면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준비하기 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지 모른다.
의사협회의 파업은 의료 대란까지 확장되기 어렵지만 10년 전 2003년 1월 25일에 발생한 속칭 `1ㆍ25 대란'이 다시 발생한다면 국가적인 의료대란 사태가 유발된다. 당시는 의료정보시스템을 사용하던 병원이 극소수였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비슷한 사고(당시 9시간 동안 전국적으로 인터넷 접속이 마비됐다)가 터지면 인터넷과 연결된 의료정보시스템을 사용하는 대부분 병원 들은 진료 불능사태에 빠진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다. 전산장애로 인해 적절한 치료가 불가능하여 인명피해가 발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특징적인 업무진행 원칙이 있다. 첫째는 `빨리 빨리', 둘째, `새것은 좋은 것, 오래된 것은 나쁜 것', 셋째, `과정 보다는 결과가 먼저'이다. 이는 대한민국이 경제 부문에서 세계 상위권으로 진입하도록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그저 "잘~될꺼야!"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이 대형사고를 키우고 시스템의 발전을 저해한다. 이런 업무진행 원칙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시점이 되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과정보다 결과가 먼저'라는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 대표적인 위기대비 조직인 군대가 야전교범(Field Manual, FM)을 만들고 운용하는 것은 안전을 위해서다. 구성원들에게는 FM대로 하는 것은 분명히 귀찮고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이를 무시해서 발생하는 손실을 고려한다면 FM대로 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의료정보 시스템의 안전을 위한 작업은 사회 시스템의 안전 확보 작업과 다르지 않다. 예측하지 못한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김성수 연세의료원 의료정보실장
의료정보를 조회하지 못하는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면 아예 병원 전체의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의료정보시스템은 24시간, 365일 쉴 틈 없이 계속 작동되어야만 한다. 병원 업무자체가 휴일 없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이나 일반적인 기업과는 달리 시스템을 내리고 진행하는 전체 점검을 수시로 진행하기도 어렵다. 대형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투자는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관들의 빡빡한 경영 현실을 볼 때 이 분야의 투자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사고는 항상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회복이 가능한 것인지 불가능한 것인지 나누어질 뿐이다. 그래서 작은 사고에서 얻은 지식으로 큰 사고를 예방하는 지혜를 얻는 것이다. 이런 상식을 바탕으로 의료정보시스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은 분석(Analysis), 설계(Design), 예비(Backup), 예방(Prevention), 비상대비 훈련(Drill)으로 나누어진다.
사고의 예방은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에서 시작된다.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하고 원인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작업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도입할 때부터 완벽한 의료정보시스템은 없다. 운영해가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크고 작은 전산 오류를 분석(Analysis)하고 해결방법을 설계(Design)하고 제일 중요한 데이터와 솔루션을 백업(Backup)하는데서 의료정보시스템의 안전이 시작된다. 이 과정이 완료되면 설계에 따라 프로세스와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투자-보완-개선하여(Prevention) 사고 발생가능성을 최소화 한다. 언제라도 경험하거나 예측하지 못한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 최악의 상황에 대한 위기대응 훈련(Drill)이다. 아무리 발전된 의료정보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아예 컴퓨터를 사용 못하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즉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종이차트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무제한적인 지원이 가능하다면 보다 완벽한 안전 보장 시스템을 준비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당장 잘 돌아간다면 비용을 들여 예방하기 보다는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보완하는 방향을 택하게 된다. 지난 기고에서 언급하듯 의료정보 분야의 운영에는 인적, 물적, 시간적 자원에 충분한 여유가 없다. 이런 제한된 환경에서 노력을 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의료정보시스템을 운영하는 병원들 중 응급복구 시스템(Disaster Recovery System)을 운영하는 경우가 소수이며 외부 침입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전산망 분리도 일부 대형병원에서 시도하는 정도이다. 예비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 이 모두가 상당한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각 병원들이 개별적으로 진행하게 한다면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준비하기 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지 모른다.
의사협회의 파업은 의료 대란까지 확장되기 어렵지만 10년 전 2003년 1월 25일에 발생한 속칭 `1ㆍ25 대란'이 다시 발생한다면 국가적인 의료대란 사태가 유발된다. 당시는 의료정보시스템을 사용하던 병원이 극소수였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비슷한 사고(당시 9시간 동안 전국적으로 인터넷 접속이 마비됐다)가 터지면 인터넷과 연결된 의료정보시스템을 사용하는 대부분 병원 들은 진료 불능사태에 빠진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다. 전산장애로 인해 적절한 치료가 불가능하여 인명피해가 발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특징적인 업무진행 원칙이 있다. 첫째는 `빨리 빨리', 둘째, `새것은 좋은 것, 오래된 것은 나쁜 것', 셋째, `과정 보다는 결과가 먼저'이다. 이는 대한민국이 경제 부문에서 세계 상위권으로 진입하도록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그저 "잘~될꺼야!"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이 대형사고를 키우고 시스템의 발전을 저해한다. 이런 업무진행 원칙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시점이 되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과정보다 결과가 먼저'라는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 대표적인 위기대비 조직인 군대가 야전교범(Field Manual, FM)을 만들고 운용하는 것은 안전을 위해서다. 구성원들에게는 FM대로 하는 것은 분명히 귀찮고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이를 무시해서 발생하는 손실을 고려한다면 FM대로 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의료정보 시스템의 안전을 위한 작업은 사회 시스템의 안전 확보 작업과 다르지 않다. 예측하지 못한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김성수 연세의료원 의료정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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