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중국 황제들에게 초원의 유목민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들을 막기 위해 인류 최대의 건축물인 만리장성을 쌓았지만, 그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장성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징기스칸이 장성을 우회해 북경을 포위하자 금의 황제는 몽골 앞에 무릎을 꿇었다. 청의 홍타이지는 장성의 관문인 산해관을 지키던 명의 장수 오삼계의 협조로 중원을 삼켰다. 장성만 믿고 있던 중국의 왕조들은 이것이 뚫리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연초부터 온 나라가 사상 최대의 정보보안 사고로 혼란에 빠져있다.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NH농협카드의 고객정보 1억400만건이 외부로 유출된 초유의 개인정보 사고가 발생했다. 더구나 이 정보들이 민감한 개인 금융정보였다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이 사고로 카드사 3곳의 대표과 임원들이 사퇴했고, 감독을 소홀히 한 금융당국의 수장들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정조사 움직임까지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우리의 정보보안 실태를 되돌아보게 한다. 철옹성을 쌓았다던 금융권의 허술한 보안 실태, 해킹 등 물리적인 외부공격이 아닌 협력업체 직원에 의해 정보가 고스란히 빼돌려졌다는 점, 정보보안 관련 법 등 곳곳에서 제 역할을 못한 시스템의 한계 등이 그대로 노출됐다.
더욱이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수많은 개인정보 유출이나 해킹 등 정보보안 사고를 겪었다. 그 때마다 수많은 대책들이 나왔고, 정보보안의 장벽을 겹겹이 쌓았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정보보안 사고는 계속되고 있고, 규모나 범죄 수법 등에서 더 커지고 교묘해지고 있다.
보안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정보보안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책당국은 보안을 강화하겠다는 목소리를 높였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벌어진 정보보안 사고들은 제대로 대비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보안 불감증'과 정책당국 등의 `땜질 처방'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 안일한 정부와 금융당국, 개인정보를 이용의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금융사 등이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우려가 되는 것은 이같은 대형사고도 이전처럼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는 점이다. 사고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과 해결책을 내놓기 보다 개인의 실수나 부도덕함으로만 몰고 가려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그리고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이전의 것을 조금 다르게 포장해 내놓고 끝내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번만은 그렇게 해선 안된다. 다시는 이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대로 손봐야 한다. 당연히 책임자를 처벌해야겠지만 차제에 정보보안 시스템 전반을 정비해야 한다. 제도의 정비와 보안시스템에 대한 투자 강화, 국민의 보안 인식 강화, 그리고 정보보안 사고를 중대 범죄로 보고 처벌 규정도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정보와 시스템이라는 수많은 소를 잃어버렸다. 그때마다 외양간을 고치겠다고 말만했지 실제 행동에 옮긴 경우는 많지 않다. 하더라도 도둑에게 문은 활짝 열어놓고 울타리만 수리해 왔다.
우리는 다시 소를 키워야 한다. 이에 앞서 외양간 울타리에는 문제가 없는지, 문은 잘 닫히는지, 이미 도둑이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남의 소를 넘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것도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라도 이번만은 제대로 지켜야 한다.
이근형 IT정보화부장
연초부터 온 나라가 사상 최대의 정보보안 사고로 혼란에 빠져있다.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NH농협카드의 고객정보 1억400만건이 외부로 유출된 초유의 개인정보 사고가 발생했다. 더구나 이 정보들이 민감한 개인 금융정보였다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이 사고로 카드사 3곳의 대표과 임원들이 사퇴했고, 감독을 소홀히 한 금융당국의 수장들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정조사 움직임까지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우리의 정보보안 실태를 되돌아보게 한다. 철옹성을 쌓았다던 금융권의 허술한 보안 실태, 해킹 등 물리적인 외부공격이 아닌 협력업체 직원에 의해 정보가 고스란히 빼돌려졌다는 점, 정보보안 관련 법 등 곳곳에서 제 역할을 못한 시스템의 한계 등이 그대로 노출됐다.
더욱이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수많은 개인정보 유출이나 해킹 등 정보보안 사고를 겪었다. 그 때마다 수많은 대책들이 나왔고, 정보보안의 장벽을 겹겹이 쌓았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정보보안 사고는 계속되고 있고, 규모나 범죄 수법 등에서 더 커지고 교묘해지고 있다.
보안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정보보안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책당국은 보안을 강화하겠다는 목소리를 높였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벌어진 정보보안 사고들은 제대로 대비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보안 불감증'과 정책당국 등의 `땜질 처방'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 안일한 정부와 금융당국, 개인정보를 이용의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금융사 등이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우려가 되는 것은 이같은 대형사고도 이전처럼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는 점이다. 사고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과 해결책을 내놓기 보다 개인의 실수나 부도덕함으로만 몰고 가려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그리고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이전의 것을 조금 다르게 포장해 내놓고 끝내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번만은 그렇게 해선 안된다. 다시는 이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대로 손봐야 한다. 당연히 책임자를 처벌해야겠지만 차제에 정보보안 시스템 전반을 정비해야 한다. 제도의 정비와 보안시스템에 대한 투자 강화, 국민의 보안 인식 강화, 그리고 정보보안 사고를 중대 범죄로 보고 처벌 규정도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정보와 시스템이라는 수많은 소를 잃어버렸다. 그때마다 외양간을 고치겠다고 말만했지 실제 행동에 옮긴 경우는 많지 않다. 하더라도 도둑에게 문은 활짝 열어놓고 울타리만 수리해 왔다.
우리는 다시 소를 키워야 한다. 이에 앞서 외양간 울타리에는 문제가 없는지, 문은 잘 닫히는지, 이미 도둑이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남의 소를 넘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것도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라도 이번만은 제대로 지켜야 한다.
이근형 IT정보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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