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밑으로 남동생만 둘이 있다. 집에서 노는 것을 즐기는 나와 달리, 바깥놀이를 즐기는 동생들의 옷은 빨리 헤졌다. 컴퓨터 앞에서 게임을 즐기는 요새 아이들과 달리 그 때는 학교를 마치면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놀다가 해 질 녘에야 집에 오는 일이 많았으니까.
반면 내 옷은 보기엔 깨끗하지만 작아서 못 입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려줄 여자 사촌도 없어 어머니는 내 옷을 버릴 때면 늘 안타까워하셨다. 이 문제에 대한 어머니의 해결책은 중성적인 느낌의 옷을 사서 나와 동생에게 함께 입히는 것이었다.
시장에 다녀오신 어머니가 내게 내미는 옷은, 새 옷이라는 점만 빼면 나의 마음에 드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내가 입던 옷을 물려받게 되는 동생도 불만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누나가 입던 건 여자 것 같아 싫다며 밀어내다 어머니와 승강이를 벌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옷 한 벌 값으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 했던 어머니의 노력은 결국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그때의 속상함을 지금껏 마음 한구석에 갖고 있는 나는, 아직도 내 아이들 옷은 딱 맞는 치수로 사야 흡족한 기분이 든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박근혜 정부가 제1의 국정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 바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라고 한다. 첨단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기존 주력산업은 물론 신성장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창업을 활성화 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새로 탄생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이 같은 정책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장관은 물론 차관까지 임명절차를 마쳤으니 이제 정부의 정책 기조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정책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일자리와 창조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욕을 너무 앞세운다면 오히려 두 가지 가치를 다 놓치게 될 것이다. 어머니가 나와 동생 두 사람에게 모두 입힐 옷을 찾으려고 온 시장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우리 모두에게 불만만 안겨준 것과 마찬가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가 공공데이터베이스(DB) 구축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공공자원을 디지털화해서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자는 취지였지만, 일자리 창출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많은 예산과 인원을 투입해 DB를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단기적인 목표에 매달려 인력투입과 관리에만 열중했지 큰 틀에서 DB의 활용방안이나 표준화, 고도화 등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은 탓이다.
한정된 재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야하는 정부 정책의 특성상 한 가지 목표만을 위해 사업을 추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IT를 기반으로 개인과 조직의 혁신을 이뤄내는 창조경제를 실현하려면 IT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에 매몰되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 두 가지 정책목표중 한가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면 창조경제를 우선 택해야 한다. ICT를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의 틀을 제대로 만들면 필요한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트렌드와 시장의 방향을 먼저 고민하고 그 속에서 ICT 생태계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 지에 대한 청사진을 만드는 것이 먼저인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일자리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일자리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 또 단순히 정부가 기획해 일거리를 던져주는 방식에서 탈피해 개인의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그 속에서 창조와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같은 시간에 한꺼번에 도끼를 던져야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장윤옥 디지털뉴스부장
반면 내 옷은 보기엔 깨끗하지만 작아서 못 입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려줄 여자 사촌도 없어 어머니는 내 옷을 버릴 때면 늘 안타까워하셨다. 이 문제에 대한 어머니의 해결책은 중성적인 느낌의 옷을 사서 나와 동생에게 함께 입히는 것이었다.
시장에 다녀오신 어머니가 내게 내미는 옷은, 새 옷이라는 점만 빼면 나의 마음에 드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내가 입던 옷을 물려받게 되는 동생도 불만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누나가 입던 건 여자 것 같아 싫다며 밀어내다 어머니와 승강이를 벌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옷 한 벌 값으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 했던 어머니의 노력은 결국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그때의 속상함을 지금껏 마음 한구석에 갖고 있는 나는, 아직도 내 아이들 옷은 딱 맞는 치수로 사야 흡족한 기분이 든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박근혜 정부가 제1의 국정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 바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라고 한다. 첨단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기존 주력산업은 물론 신성장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창업을 활성화 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새로 탄생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이 같은 정책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장관은 물론 차관까지 임명절차를 마쳤으니 이제 정부의 정책 기조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정책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일자리와 창조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욕을 너무 앞세운다면 오히려 두 가지 가치를 다 놓치게 될 것이다. 어머니가 나와 동생 두 사람에게 모두 입힐 옷을 찾으려고 온 시장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우리 모두에게 불만만 안겨준 것과 마찬가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가 공공데이터베이스(DB) 구축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공공자원을 디지털화해서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자는 취지였지만, 일자리 창출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많은 예산과 인원을 투입해 DB를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단기적인 목표에 매달려 인력투입과 관리에만 열중했지 큰 틀에서 DB의 활용방안이나 표준화, 고도화 등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은 탓이다.
한정된 재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야하는 정부 정책의 특성상 한 가지 목표만을 위해 사업을 추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IT를 기반으로 개인과 조직의 혁신을 이뤄내는 창조경제를 실현하려면 IT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에 매몰되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 두 가지 정책목표중 한가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면 창조경제를 우선 택해야 한다. ICT를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의 틀을 제대로 만들면 필요한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트렌드와 시장의 방향을 먼저 고민하고 그 속에서 ICT 생태계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 지에 대한 청사진을 만드는 것이 먼저인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일자리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일자리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 또 단순히 정부가 기획해 일거리를 던져주는 방식에서 탈피해 개인의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그 속에서 창조와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같은 시간에 한꺼번에 도끼를 던져야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장윤옥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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