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순천향대 신경외과 교수
최근 미국의 과학범죄수사 드라마가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사인을 밝혀 수사에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는 법의학에 관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법의학은 죽은 자의 인권을 찾아주는 의학의 한 분야라고 하지만, 살인누명을 쓰고 있는 사람의 혐의도 벗겨줄 수 있기 때문에 사자와 생자 모두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겠다. 따라서 의학이 생명연장과 건강 증진을 위한 생명존중의 학문이라면 법의학은 인간의 권리옹호에 중점을 둔 인권존중의학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전체 사망건수 중 약 15%가 의문을 가질 만한 죽음인 의문사로 본다. 의문사는 사체 검시를 하거나 부검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1년의 전체 사망건수는 24만명 정도 되므로 이중의 15%인 3만 6000명이 검시의 대상이 된다. 법률상으로 의사면 누구나 검시의 자격이 있으나 부검까지 할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검시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가 사망시간의 추정이다. 최근 연예인의 자동차 사고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도 사망시간 추정이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결정적 증거가 되는 것 같다. 사람이 사망하면 그 즉시 나타나는 물리ㆍ화학ㆍ생물학적인 초기 변화들이 있는데 호흡 및 혈액순환의 정지ㆍ혈색 변화ㆍ근육 이완ㆍ동공 확대 등의 변화가 생긴다. 이후에 시간이 지나면서 사체에는 여러 가지 법의학 증거들이 나타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밝힐 사망시각 추정에 관여하는 현상이 바로 시반과 시강이다. 사람이 사망하여 혈액순환이 정지하면 중력에 의해 붉은 색의 적혈구가 하부에 모이고, 피부를 통해 검붉은 색깔로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시반이다. 시반은 사망 후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생길 수도 있으나 보통은 사망 후 2~3시간이면 나타나고, 12시간이 경과하면 최고조에 달한다. 시체의 체위가 바뀌면 중력에 의해 시반도 이동하게 되는데 15시간이 지나면 시반의 이동은 없어지게 된다. 시강은 사체 관절의 경직도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사후 2~3시간 후에 경직되기 시작하여 5~6 시간이 지나면 전신에 경직이 발생되어, 15시간 전후에 제일 심하게 강직된다. 사체의 경직이 일어나는 순서도 턱관절, 목관절, 손, 발 등이 차례로 일어나기 때문에 사망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사체를 함부로 다루거나 강직을 계속 풀면 사망시간 추정이 바뀔 수 있으므로 이것은 단지 추정할 뿐이며 따라서 법정에서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진 못한다.
부검은 사망원인 즉 타살의 증거를 찾기 위해 시행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부검에서도 사망의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기흉에 의해 사망한 경우 부검을 잘못하면 원인이 된 공기는 휙 날아가 버리고 사인은 아무 것도 알 수 없게 된다. 모든 검시하는 의사가 셜록 홈즈 일 수는 없다. 조그마한 단서 하나가 자살에서 타살로 바뀔 수 있으므로 부검은 더욱 과학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1989년 한 대학생 변사체의 폐에서 수중의 티끌에 지나지 않는 플랑크톤이 다량 검출되어 익사를 한 것으로 판명되었고, 결국 타살에 의한 사망으로 밝혀지면서 정국이 혼란에 빠졌던 사건이 있었다. 이런 증거들은 일반적인 부검으로는 밝힐 수 없기 때문에 모든 부검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이어야 한다. 최근에는 예전에 미해결로 수사가 종결된 사건들의 범인이 뒤늦게 밝혀지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DNA 검사 때문이다. 1980년에 처음 시작된 DNA 검사는 범인을 잡는데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할 정도로 정확하다. 그러나 사체나 범행현장에서 혈액, 정자, 타액, 체세포, 머리카락 등에서 수집한 DNA가 있다고 하더라도 비교할 사람이 없으면 쓸모가 없게 된다. 따라서 DNA 데이터 뱅크가 없으면 비교할 대상이 없으므로 미제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ㆍ일본ㆍ유럽 등에서는 강력범죄자를 중심으로 DNA를 수집하고 있고, 미국 뉴욕주에서는 최근 어떤 죄이건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그 죄가 아무리 가볍다 하더라도 DNA 샘플을 데이터뱅크에 제출하게 한다. 매우 폭력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과거에 작은 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DNA 수집은 태어날 때 모든 사람의 DNA 샘플을 국가가 보관을 하는 것인데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 결정적 증거가 결정적 누명을 씌울 수 있기 때문에 법의학적 판단은 더욱 신중하게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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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서는 전체 사망건수 중 약 15%가 의문을 가질 만한 죽음인 의문사로 본다. 의문사는 사체 검시를 하거나 부검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1년의 전체 사망건수는 24만명 정도 되므로 이중의 15%인 3만 6000명이 검시의 대상이 된다. 법률상으로 의사면 누구나 검시의 자격이 있으나 부검까지 할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검시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가 사망시간의 추정이다. 최근 연예인의 자동차 사고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도 사망시간 추정이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결정적 증거가 되는 것 같다. 사람이 사망하면 그 즉시 나타나는 물리ㆍ화학ㆍ생물학적인 초기 변화들이 있는데 호흡 및 혈액순환의 정지ㆍ혈색 변화ㆍ근육 이완ㆍ동공 확대 등의 변화가 생긴다. 이후에 시간이 지나면서 사체에는 여러 가지 법의학 증거들이 나타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밝힐 사망시각 추정에 관여하는 현상이 바로 시반과 시강이다. 사람이 사망하여 혈액순환이 정지하면 중력에 의해 붉은 색의 적혈구가 하부에 모이고, 피부를 통해 검붉은 색깔로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시반이다. 시반은 사망 후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생길 수도 있으나 보통은 사망 후 2~3시간이면 나타나고, 12시간이 경과하면 최고조에 달한다. 시체의 체위가 바뀌면 중력에 의해 시반도 이동하게 되는데 15시간이 지나면 시반의 이동은 없어지게 된다. 시강은 사체 관절의 경직도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사후 2~3시간 후에 경직되기 시작하여 5~6 시간이 지나면 전신에 경직이 발생되어, 15시간 전후에 제일 심하게 강직된다. 사체의 경직이 일어나는 순서도 턱관절, 목관절, 손, 발 등이 차례로 일어나기 때문에 사망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사체를 함부로 다루거나 강직을 계속 풀면 사망시간 추정이 바뀔 수 있으므로 이것은 단지 추정할 뿐이며 따라서 법정에서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진 못한다.
부검은 사망원인 즉 타살의 증거를 찾기 위해 시행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부검에서도 사망의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기흉에 의해 사망한 경우 부검을 잘못하면 원인이 된 공기는 휙 날아가 버리고 사인은 아무 것도 알 수 없게 된다. 모든 검시하는 의사가 셜록 홈즈 일 수는 없다. 조그마한 단서 하나가 자살에서 타살로 바뀔 수 있으므로 부검은 더욱 과학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1989년 한 대학생 변사체의 폐에서 수중의 티끌에 지나지 않는 플랑크톤이 다량 검출되어 익사를 한 것으로 판명되었고, 결국 타살에 의한 사망으로 밝혀지면서 정국이 혼란에 빠졌던 사건이 있었다. 이런 증거들은 일반적인 부검으로는 밝힐 수 없기 때문에 모든 부검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이어야 한다. 최근에는 예전에 미해결로 수사가 종결된 사건들의 범인이 뒤늦게 밝혀지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DNA 검사 때문이다. 1980년에 처음 시작된 DNA 검사는 범인을 잡는데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할 정도로 정확하다. 그러나 사체나 범행현장에서 혈액, 정자, 타액, 체세포, 머리카락 등에서 수집한 DNA가 있다고 하더라도 비교할 사람이 없으면 쓸모가 없게 된다. 따라서 DNA 데이터 뱅크가 없으면 비교할 대상이 없으므로 미제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ㆍ일본ㆍ유럽 등에서는 강력범죄자를 중심으로 DNA를 수집하고 있고, 미국 뉴욕주에서는 최근 어떤 죄이건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그 죄가 아무리 가볍다 하더라도 DNA 샘플을 데이터뱅크에 제출하게 한다. 매우 폭력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과거에 작은 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DNA 수집은 태어날 때 모든 사람의 DNA 샘플을 국가가 보관을 하는 것인데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 결정적 증거가 결정적 누명을 씌울 수 있기 때문에 법의학적 판단은 더욱 신중하게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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