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원 정경과학부장
2006년 6월 어느 날 대구 공군기지. 어스름한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 우리나라 최신예 전투기 F-15K 편대가 활주로를 박차고 치솟아 오른다. F-15K 편대는 기수를 동쪽으로 잡아 포항 앞바다로 향한다. 이날 이들의 미션은 침투하는 가상 적기를 격추하는 공중요격 훈련이다. F-15K 편대는 공격조 2대와 대응기 1대로 나눠 공중전을 벌이며 격추시키는 훈련에 들어갔다. 가상 적기에 대한 요격은 작전대로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편대를 지휘하던 김 모 중령은 차분한 목소리로 `임무 중지`를 알렸다.
하지만 잠시 후 김 중령이 탄 F-15K는 고도 1만8000피트 상공에서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임무를 수행하던 2대의 전투기가 인근을 수색했지만 사고기는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공군의 조사 결과 사고기는 당초 예정 위치에서 크게 벗어나 고도를 계속 낮춰 바다를 향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원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됐다. 기체결함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공군은 사고 원인을 `비행고도가 낮아진 상태를 인지한 조종사가 갑자기 고도를 높이려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중력가속도에 노출되어 의식을 상실하는 `G-LOC'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명의 조종사가 동시에 G-LOC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면서 조종사들이 겪는 착시현상인 `버티고'(vertigo)일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야간비행을 하는 조종사는 하늘과 밤바다를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에 철저히 계기판에 의존해 비행을 하게 된다. 그러나 공중요격을 하다보면 급선회, 급상승, 급하강, 배면비행 등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이 과정에서 조종사들은 지상에서의 중력에 최고 9배(9G)까지 감수해야 하는 극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럴 경우 조종사는 현기증과 함께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버티고는 이런 상황의 조종사들이 하늘과 밤바다를 구분하지 못하고 상승한다는 생각으로 고도를 높이지만 결국 그 반대로 바다로 곤두박질 치게 되는 일종의 착시현상을 말한다.
지난해 리먼사태 이후 불어닥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도 큰 시련을 겪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지만 이 역시 착시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2분기를 기점으로 3분기부터는 각종 경제지표가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내며 경기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회복세를 놓고 정부 및 한국은행, 민간경제연구소, 신용평가기관 등의 평가와 분석은 제각각이다. 시중에 풀린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기 때문에 출구전략을 조기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아직 잠재위험요인이 내재하기 때문에 출구전략을 논의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주장,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맞지만 내년 이후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더블딥'설, 더블딥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낙관론 등 제각각의 평가와 전망에 현기증과 혼란에 빠질 지경이다. 우리 경제가 버티고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응급실에 입원해야 했던 우리 경제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라 천문학적 규모의 유동성을 긴급 수혈 받고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정부의 링거를 맞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고, 링거 바늘을 빼야 할 내년 이후에도 지속적인 회복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우리 경제가 버티고의 혼돈 속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고 조기 퇴원하려면 정부와 금융당국의 보다 냉철한 분석과 처방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지만 잠시 후 김 중령이 탄 F-15K는 고도 1만8000피트 상공에서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임무를 수행하던 2대의 전투기가 인근을 수색했지만 사고기는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공군의 조사 결과 사고기는 당초 예정 위치에서 크게 벗어나 고도를 계속 낮춰 바다를 향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원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됐다. 기체결함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공군은 사고 원인을 `비행고도가 낮아진 상태를 인지한 조종사가 갑자기 고도를 높이려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중력가속도에 노출되어 의식을 상실하는 `G-LOC'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명의 조종사가 동시에 G-LOC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면서 조종사들이 겪는 착시현상인 `버티고'(vertigo)일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야간비행을 하는 조종사는 하늘과 밤바다를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에 철저히 계기판에 의존해 비행을 하게 된다. 그러나 공중요격을 하다보면 급선회, 급상승, 급하강, 배면비행 등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이 과정에서 조종사들은 지상에서의 중력에 최고 9배(9G)까지 감수해야 하는 극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럴 경우 조종사는 현기증과 함께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버티고는 이런 상황의 조종사들이 하늘과 밤바다를 구분하지 못하고 상승한다는 생각으로 고도를 높이지만 결국 그 반대로 바다로 곤두박질 치게 되는 일종의 착시현상을 말한다.
지난해 리먼사태 이후 불어닥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도 큰 시련을 겪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지만 이 역시 착시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2분기를 기점으로 3분기부터는 각종 경제지표가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내며 경기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회복세를 놓고 정부 및 한국은행, 민간경제연구소, 신용평가기관 등의 평가와 분석은 제각각이다. 시중에 풀린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기 때문에 출구전략을 조기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아직 잠재위험요인이 내재하기 때문에 출구전략을 논의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주장,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맞지만 내년 이후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더블딥'설, 더블딥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낙관론 등 제각각의 평가와 전망에 현기증과 혼란에 빠질 지경이다. 우리 경제가 버티고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응급실에 입원해야 했던 우리 경제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라 천문학적 규모의 유동성을 긴급 수혈 받고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정부의 링거를 맞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고, 링거 바늘을 빼야 할 내년 이후에도 지속적인 회복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우리 경제가 버티고의 혼돈 속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고 조기 퇴원하려면 정부와 금융당국의 보다 냉철한 분석과 처방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