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에도 어김없이 민족 대이동이 재연됐다. 그런 가운데 일부는 `인터넷 성묘'로 귀성길에 동참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벌초와 차례상을 대행하는 인터넷 업체들은 일손이 달릴 정도로 `불황속 호황'을 누렸다. 대행업체를 통해 벌초하는 데 보통 10만원 정도가 들며, 차례상도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20만~30만원이면 거뜬히 해결된다고 하니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다.
이 같은 틈새시장을 겨냥한 인터넷 벌초 대행업체가 현재 수십개에 이르며, 오프라인 업체까지 합치면 100개를 훌쩍 넘는다고 한다. 바야흐로 인터넷 만능시대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인터넷은 종종 `전자 불도저'로 비유된다. 불도저(bulldozer)는 `황소(bull)'와 `꾸벅꾸벅 졸다(doze)'의 합성어로, 여기에는 농경시대 힘의 상징이던 황소를 `할 일없이 졸게 만든 괴력의 기계'라는 뜻이 함축돼 있다. 마찬가지로 디지털시대에는 `전자 불도저'인 인터넷이 정보화사회의 실질적인 힘의 원천으로 자리매김 됐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디지털시대에도 아날로그의 힘은 결코 사그러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아날로그의 희소 가치는 갈수록 커질 공산이 크다. 디지털이라는 수단도 종국에는 인간의 마음과 감성을 움직이는 아날로그 형태를 띨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세탁기나 냉장고 등 전자기기도 감성이 접목되지 않고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 세탁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소리가 `삑삑' 같은 소음성 단순 메시지에서 노래나 음악처럼 감성을 자극하는 다기능 멜로디로 바뀌고 있음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청아한 목탁소리, 개 짖는 소리 등 다양한 휴대전화 벨소리에서도 여지없이 아날로그적 개성과 감성을 엿볼 수 있다.
동영상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통해 멀리 떨어진 부모를 화상(畵像)에서 만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느낌이 오랜 풍상을 견뎌낸 거칠고 부르튼 부모님의 두 손을 맞잡았을 때 전해지는 온기를 대체할 수는 없다.
이메일이 범람하는 요즘 한 통의 편지가 갖는 위력은 수 십통의 이메일 보다 훨씬 강력하다. 보내는 이의 정성이 담긴 서신의 필체를 접하는 순간 전자적 한계를 뛰어넘는 감정 전이(轉移)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메일은 비록 간편하지만 정성까지 담기에는 역부족이다. 디지털시대가 아무리 가속화하더라도 아날로그적 접근은 결코 그 특유의 힘을 잃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우리가 생활속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0'과 `1'이라는 디지털 정보가 아니라 색상과 밝기, 소리 등 아날로그 정보이다. 디지털 기술은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최종적인 아날로그 정보를 효과적으로 저장ㆍ가공ㆍ전달하기 위한 매개체이자 일련의 프로세스일 뿐이다. 1980년대 중반 일본 NHK기술연구소가 주축이 돼 개발한 세계 최초의 HDTV방식인 `하이비전'이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방식이었음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콘텐츠산업의 최종 소비자인 인간의 만족감은 디지털 기술이나 정보 그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에 의해 구현된 영상과 소리, 즉 아날로그적 산물을 통해 실현된다.
디지털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아날로그적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여유를 되찾자.
김동원 정보통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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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와 차례상을 대행하는 인터넷 업체들은 일손이 달릴 정도로 `불황속 호황'을 누렸다. 대행업체를 통해 벌초하는 데 보통 10만원 정도가 들며, 차례상도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20만~30만원이면 거뜬히 해결된다고 하니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다.
이 같은 틈새시장을 겨냥한 인터넷 벌초 대행업체가 현재 수십개에 이르며, 오프라인 업체까지 합치면 100개를 훌쩍 넘는다고 한다. 바야흐로 인터넷 만능시대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인터넷은 종종 `전자 불도저'로 비유된다. 불도저(bulldozer)는 `황소(bull)'와 `꾸벅꾸벅 졸다(doze)'의 합성어로, 여기에는 농경시대 힘의 상징이던 황소를 `할 일없이 졸게 만든 괴력의 기계'라는 뜻이 함축돼 있다. 마찬가지로 디지털시대에는 `전자 불도저'인 인터넷이 정보화사회의 실질적인 힘의 원천으로 자리매김 됐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디지털시대에도 아날로그의 힘은 결코 사그러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아날로그의 희소 가치는 갈수록 커질 공산이 크다. 디지털이라는 수단도 종국에는 인간의 마음과 감성을 움직이는 아날로그 형태를 띨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세탁기나 냉장고 등 전자기기도 감성이 접목되지 않고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 세탁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소리가 `삑삑' 같은 소음성 단순 메시지에서 노래나 음악처럼 감성을 자극하는 다기능 멜로디로 바뀌고 있음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청아한 목탁소리, 개 짖는 소리 등 다양한 휴대전화 벨소리에서도 여지없이 아날로그적 개성과 감성을 엿볼 수 있다.
동영상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통해 멀리 떨어진 부모를 화상(畵像)에서 만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느낌이 오랜 풍상을 견뎌낸 거칠고 부르튼 부모님의 두 손을 맞잡았을 때 전해지는 온기를 대체할 수는 없다.
이메일이 범람하는 요즘 한 통의 편지가 갖는 위력은 수 십통의 이메일 보다 훨씬 강력하다. 보내는 이의 정성이 담긴 서신의 필체를 접하는 순간 전자적 한계를 뛰어넘는 감정 전이(轉移)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메일은 비록 간편하지만 정성까지 담기에는 역부족이다. 디지털시대가 아무리 가속화하더라도 아날로그적 접근은 결코 그 특유의 힘을 잃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우리가 생활속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0'과 `1'이라는 디지털 정보가 아니라 색상과 밝기, 소리 등 아날로그 정보이다. 디지털 기술은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최종적인 아날로그 정보를 효과적으로 저장ㆍ가공ㆍ전달하기 위한 매개체이자 일련의 프로세스일 뿐이다. 1980년대 중반 일본 NHK기술연구소가 주축이 돼 개발한 세계 최초의 HDTV방식인 `하이비전'이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방식이었음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콘텐츠산업의 최종 소비자인 인간의 만족감은 디지털 기술이나 정보 그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에 의해 구현된 영상과 소리, 즉 아날로그적 산물을 통해 실현된다.
디지털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아날로그적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여유를 되찾자.
김동원 정보통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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