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취재차 영국을 방문했을 때, 현지 당국의 외국기업 유치 및 지원을 위한 헌신적인 노력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영국 정부는 유치 대상 외국기업에게 토지를 무상 사용토록 하고, 세제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공장 건설에 필요한 각종 서류작업에서부터 실제 공장 건설에 이르는 모든 일을 대신 해주고 있었다. 투자자는 최초 필요한 서류만 한번 개발청에 주면 나머지 행정적인 절차는 이들이 모두 도맡아 처리해준다. 공장 건설도 마찬가지. 공장 설계도만 넘겨주면 필요한 모든 일을 대신 처리해 공장을 지어 넘겨준다. 공장에 필요한 장비나 부품ㆍ소재 업체에 대한 사항을 파악해 연결시켜주는 것은 물론, 가까운 대학 등과 연결시켜 필요한 인력까지 조달할 수 있게 해주는, 말 그대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당시로부터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영국은 높은 실업률과 노조파업 등으로 위기감이 높았었다. 마가렛 대처 수상의 강력한 개혁정책과 영국민들의 `위기의식'이 개혁정책의 마찰과 부작용을 이겨내고, 분위기를 백팔십도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난 주 국내 IT분야 사람들과 관계 당국의 관심은 `인텔 투자유치' 건에 집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텔의 크레이그 배럿 CEO는 29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R&D센터를 연내에 한국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우선 20명의 연구원으로 출범하고, 디지털홈, 컨슈머 CPU, 무선, 주파수 활용방안 등 4가지 분야의 연구개발을 하게될 것이라는 얘기들로 미뤄볼 때 투자규모가 그다지 클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정부는 "`동북아 IT(정보기술) 허브국가 건설'이라는 참여정부의 목표가 첫 결실을 거둔 것"이라며 크게 고무된 모습이다. 정보통신부도 "오는 2007년까지 추진키로한 서울 상암동 DMC(디지털미디어센터)내 IT콤플렉스 조성사업에 이번 인텔을 비롯해, IBMㆍHP 등이 입주 의사를 밝혔다"며 다소 들뜬 분위기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규모'가 문제가 아니다. 한국기업들조차 기업을 못하겠다며 떠나겠다고 `협박(?)'하는 마당에 첨단 글로벌 기업이 들어온다는 것은 분위기를 일거에 바꿀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속내를 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정부 당국이 잊어서는 안될 것은, 정부가 공들여 첨단 글로벌 기업들의 연구개발 센터를 잇달아 유치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전반적인 국내 여건을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꿔놓지 못한다면 밝은 장래를 기약하기 어렵게 된다는 점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연구개발센터를 유치해 일시적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지는 몰라도, 근본적으로 국내기업들의 투자의욕을 되살릴 수 있을 정도의 여건을 조성해주지 못한다면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확대는 고사하고, 이들을 붙잡기도 어려울 수 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이번 인텔의 투자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최선을 다하겠고, 한국은 지금까지의 성공에 자만하지 않고 정보통신 인력양성과 연구개발, 법과 제도를 국제적 표준에 맞춰 나가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언약이 국내 기업들에게도 대등하게 적용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조휘섭 산업부장ㆍ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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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는 유치 대상 외국기업에게 토지를 무상 사용토록 하고, 세제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공장 건설에 필요한 각종 서류작업에서부터 실제 공장 건설에 이르는 모든 일을 대신 해주고 있었다. 투자자는 최초 필요한 서류만 한번 개발청에 주면 나머지 행정적인 절차는 이들이 모두 도맡아 처리해준다. 공장 건설도 마찬가지. 공장 설계도만 넘겨주면 필요한 모든 일을 대신 처리해 공장을 지어 넘겨준다. 공장에 필요한 장비나 부품ㆍ소재 업체에 대한 사항을 파악해 연결시켜주는 것은 물론, 가까운 대학 등과 연결시켜 필요한 인력까지 조달할 수 있게 해주는, 말 그대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당시로부터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영국은 높은 실업률과 노조파업 등으로 위기감이 높았었다. 마가렛 대처 수상의 강력한 개혁정책과 영국민들의 `위기의식'이 개혁정책의 마찰과 부작용을 이겨내고, 분위기를 백팔십도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난 주 국내 IT분야 사람들과 관계 당국의 관심은 `인텔 투자유치' 건에 집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텔의 크레이그 배럿 CEO는 29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R&D센터를 연내에 한국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우선 20명의 연구원으로 출범하고, 디지털홈, 컨슈머 CPU, 무선, 주파수 활용방안 등 4가지 분야의 연구개발을 하게될 것이라는 얘기들로 미뤄볼 때 투자규모가 그다지 클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정부는 "`동북아 IT(정보기술) 허브국가 건설'이라는 참여정부의 목표가 첫 결실을 거둔 것"이라며 크게 고무된 모습이다. 정보통신부도 "오는 2007년까지 추진키로한 서울 상암동 DMC(디지털미디어센터)내 IT콤플렉스 조성사업에 이번 인텔을 비롯해, IBMㆍHP 등이 입주 의사를 밝혔다"며 다소 들뜬 분위기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규모'가 문제가 아니다. 한국기업들조차 기업을 못하겠다며 떠나겠다고 `협박(?)'하는 마당에 첨단 글로벌 기업이 들어온다는 것은 분위기를 일거에 바꿀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속내를 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정부 당국이 잊어서는 안될 것은, 정부가 공들여 첨단 글로벌 기업들의 연구개발 센터를 잇달아 유치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전반적인 국내 여건을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꿔놓지 못한다면 밝은 장래를 기약하기 어렵게 된다는 점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연구개발센터를 유치해 일시적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지는 몰라도, 근본적으로 국내기업들의 투자의욕을 되살릴 수 있을 정도의 여건을 조성해주지 못한다면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확대는 고사하고, 이들을 붙잡기도 어려울 수 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이번 인텔의 투자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최선을 다하겠고, 한국은 지금까지의 성공에 자만하지 않고 정보통신 인력양성과 연구개발, 법과 제도를 국제적 표준에 맞춰 나가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언약이 국내 기업들에게도 대등하게 적용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조휘섭 산업부장ㆍ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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