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에서는 매도자가 차량 결함 등을 더 잘 알고 있는데 비해 매입자는 정보부족 때문에 차량을 비싼 값에 속아 사는 낭패를 보게 된다. 이처럼 `정보 비대칭성(불균형)'이 발생하면 합리적 소비자는 중고차시장을 외면하게 되고 좋은 차량 소유자는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양질의 매물은 사라지고 질 나쁜 매물만이 남게 된다. 이는 `정보 비대칭 이론'의 창시자인 조지 A. 애컬로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교수가 역선택(adverse selection)과 시장 실패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예로 든 것이다.
지난 8일 고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영결식이 국내외 유명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그의 영구는 한 주간 애도물결을 뒤로 한 채 이날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선영, 선친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 묘소 아래쪽에 안장됐다. 위아래 나란히 묻힌 두 사람은 1998년 소떼 방북과 함께 금강산 관광길을 열었고 그 이후 남북 이산가족 재회, 스포츠교류, 정상회담 등 남북간 정치ㆍ경제ㆍ사회 교류의 문호를 확대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하지만 경제현실은 냉엄한 것이다. 지난주 월요일 새벽을 깨운 고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런 죽음과 충격은 정보 불균형에 따른 또 다른 역선택 사례가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고인의 유서에서 나타난 어리석은 사람이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는 구절이 이 같은 심증을 굳히게 하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몰락과 대북송금 특검, 비자금 수사 등이 그에게 극단적인 죽음을 선택하도록 옥죄었을 것이란 세간의 무성한 추측들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의 죽음에 앞서 그간의 정황을 살펴보자. 2000년 3월 `왕자의 난'과 같은 해 5월 현대건설ㆍ하이닉스의 유동성위기는 현대그룹 몰락의 서막이었다. 또한 형제간 갈등과 유동성 위기의 뿌리는 둘 다 대북사업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현대그룹 법통이 맏형인 MK가 아닌 소 떼를 함께 몰고 갔던 MH에게 넘겨졌고 유동성 위기는 대북사업에 대해 냉담했던 당시 금융권이 이를 계기로 무자비한 여신회수에 나선 데 기인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대그룹 위상은 자동차ㆍ중공업의 계열 분리에 이어 채권단 출자전환으로 건설ㆍ하이닉스ㆍ투신마저 떨어져 나가 재계 10위권 밖으로 추락했다. 그에게 남은 것은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뿐이었다. 각종 인허가권과 통제력을 가진 남북한 당국의 우월적 지위와 대북사업에 대한 시장의 냉담한 반응은 그에게는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이었을 게다. 대북송금과 비자금문제도 원치 않았던 일종의 사기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결과일 수 있다. 재계 일각에서 남북경협의 희생으로 보는 것도 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이리라.
그의 죽음은 동기야 어찌됐든, 대북사업에 대한 긍정적 재평가가 이뤄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제 남은 사람들은 그의 유서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모든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랍니다."를 유념해야 한다. 특히 남북한 당국은 `시장실패'단계에 직면한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정상 복원하는 일에 앞장을 서야 한다. 남북한 고위인사의 고개 숙인 모습을 볼 때, 그리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듯하다. 더욱이 민족염원을 담은 대북사업이라는데, 해당 기업이 중단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수익성을 높여주어야 할 게 아닌가.
지난 8일 고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영결식이 국내외 유명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그의 영구는 한 주간 애도물결을 뒤로 한 채 이날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선영, 선친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 묘소 아래쪽에 안장됐다. 위아래 나란히 묻힌 두 사람은 1998년 소떼 방북과 함께 금강산 관광길을 열었고 그 이후 남북 이산가족 재회, 스포츠교류, 정상회담 등 남북간 정치ㆍ경제ㆍ사회 교류의 문호를 확대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하지만 경제현실은 냉엄한 것이다. 지난주 월요일 새벽을 깨운 고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런 죽음과 충격은 정보 불균형에 따른 또 다른 역선택 사례가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고인의 유서에서 나타난 어리석은 사람이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는 구절이 이 같은 심증을 굳히게 하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몰락과 대북송금 특검, 비자금 수사 등이 그에게 극단적인 죽음을 선택하도록 옥죄었을 것이란 세간의 무성한 추측들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의 죽음에 앞서 그간의 정황을 살펴보자. 2000년 3월 `왕자의 난'과 같은 해 5월 현대건설ㆍ하이닉스의 유동성위기는 현대그룹 몰락의 서막이었다. 또한 형제간 갈등과 유동성 위기의 뿌리는 둘 다 대북사업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현대그룹 법통이 맏형인 MK가 아닌 소 떼를 함께 몰고 갔던 MH에게 넘겨졌고 유동성 위기는 대북사업에 대해 냉담했던 당시 금융권이 이를 계기로 무자비한 여신회수에 나선 데 기인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대그룹 위상은 자동차ㆍ중공업의 계열 분리에 이어 채권단 출자전환으로 건설ㆍ하이닉스ㆍ투신마저 떨어져 나가 재계 10위권 밖으로 추락했다. 그에게 남은 것은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뿐이었다. 각종 인허가권과 통제력을 가진 남북한 당국의 우월적 지위와 대북사업에 대한 시장의 냉담한 반응은 그에게는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이었을 게다. 대북송금과 비자금문제도 원치 않았던 일종의 사기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결과일 수 있다. 재계 일각에서 남북경협의 희생으로 보는 것도 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이리라.
그의 죽음은 동기야 어찌됐든, 대북사업에 대한 긍정적 재평가가 이뤄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제 남은 사람들은 그의 유서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모든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랍니다."를 유념해야 한다. 특히 남북한 당국은 `시장실패'단계에 직면한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정상 복원하는 일에 앞장을 서야 한다. 남북한 고위인사의 고개 숙인 모습을 볼 때, 그리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듯하다. 더욱이 민족염원을 담은 대북사업이라는데, 해당 기업이 중단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수익성을 높여주어야 할 게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