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0년 프랑스의 한 인공위성 제작사를 방문했을 때, 기대했던 첨단 제조장치 같은 것은 안보이고, 생각보다 작은 위성체에 엔지니어가 스패너 비슷한 연장으로 여기 저기를 조이거나 점검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다. 당시 전자 회사의 자동화된 대량생산 라인에 익숙해 있던 내게 이런 광경은 생경하기만 했고, 국내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제품들과의 부가가치를 비교해보고는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몇 년 뒤 국내 반도체장비 업체를 처음 방문했을 때, 공장에 자동화 생산라인은 없고, 부분품들을 한 켠에 쌓아 놓은 채 덩그라니 작업대만 있는 광경을 보고 위성체 공장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기술적 차이는 있지만, 위성체나 반도체장비 모두 대량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정밀 엔지니어의 손에 의존하며, 용도가 특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요가 일정하지 않고, 경쟁을 통해 계약을 따내는 것 또한 닮아 있으며, 어떤 회사에 어떤 제품을 납품했다는 이른 바 `레퍼런스'가 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유사점이다. 장치 자체가 비싼 탓도 있지만, 그 장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반도체산업에서 장비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 90년대 초반 국내 반도체 소자업체들은 외국 장비업체들에게 국내 직접생산을 강력히 요구, 직접진출은 물론 적지않은 수의 합작회사를 생겨나게 했다. 이후 반도체 장비ㆍ재료업체와 소자업체간 적극적인 협력무드가 조성됐고, 자생적인 핵심 공정장비 업체들도 잇달아 탄생, 국내 반도체산업이 소자만의 번영이 아닌, 소재에서 장비까지 아우르는 탄탄한 기반을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었다.
그런데, 필자가 7년여만에 다시 관심있게 보는 작금의 반도체산업은 이런 기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같다. IMF 위기를 거치며 비용절감이 기업의 생존을 위한 절대 화두가 된 것이 삭막해진 상황의 상당부분을 설명해 주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하이닉스의 어려움이 장기화하면서 충분한 구매력을 가진 삼성만 바라볼 수밖에 없게된 장비업체들의 분위기는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수요 독점 체제가 장기화함에 따라 업계에서는 "삼성의 눈밖에 나면 사업을 영위할 수가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다. 삼성 입장에서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수년 째 엄청난 흑자행진을 하고 있는 삼성과 어려움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장비업체들이, 더구나 `을'의 입장에서 느끼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소자 대기업들로서도 나름대로 어려움이 적지 않겠지만, 주변산업을 일구려 애쓰던 90년대 초의 마음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싶다. 국내 주변산업 육성은 차치하고, 소자업체 스스로의 건실한 기반을 위해서라도 국내 주변산업의 싹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최소한의 토양은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주변산업이 부실해지면 그로 인한 손해와 기회비용은 결국 소자업체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소자업체들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세계적인 반도체업체를 이웃에 둔 주변산업체들이 국내에서 구축한 훌륭한 레퍼런스를 디딤돌 삼아 세계시장에서 뻗어 나가고, 그로 인해 생긴 여력으로 세계적인 기술력을 쌓아 국내 소자업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발전적인 `윈-윈' 관계를 소자업체들이 이끌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로부터 몇 년 뒤 국내 반도체장비 업체를 처음 방문했을 때, 공장에 자동화 생산라인은 없고, 부분품들을 한 켠에 쌓아 놓은 채 덩그라니 작업대만 있는 광경을 보고 위성체 공장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기술적 차이는 있지만, 위성체나 반도체장비 모두 대량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정밀 엔지니어의 손에 의존하며, 용도가 특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요가 일정하지 않고, 경쟁을 통해 계약을 따내는 것 또한 닮아 있으며, 어떤 회사에 어떤 제품을 납품했다는 이른 바 `레퍼런스'가 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유사점이다. 장치 자체가 비싼 탓도 있지만, 그 장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반도체산업에서 장비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 90년대 초반 국내 반도체 소자업체들은 외국 장비업체들에게 국내 직접생산을 강력히 요구, 직접진출은 물론 적지않은 수의 합작회사를 생겨나게 했다. 이후 반도체 장비ㆍ재료업체와 소자업체간 적극적인 협력무드가 조성됐고, 자생적인 핵심 공정장비 업체들도 잇달아 탄생, 국내 반도체산업이 소자만의 번영이 아닌, 소재에서 장비까지 아우르는 탄탄한 기반을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었다.
그런데, 필자가 7년여만에 다시 관심있게 보는 작금의 반도체산업은 이런 기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같다. IMF 위기를 거치며 비용절감이 기업의 생존을 위한 절대 화두가 된 것이 삭막해진 상황의 상당부분을 설명해 주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하이닉스의 어려움이 장기화하면서 충분한 구매력을 가진 삼성만 바라볼 수밖에 없게된 장비업체들의 분위기는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수요 독점 체제가 장기화함에 따라 업계에서는 "삼성의 눈밖에 나면 사업을 영위할 수가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다. 삼성 입장에서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수년 째 엄청난 흑자행진을 하고 있는 삼성과 어려움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장비업체들이, 더구나 `을'의 입장에서 느끼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소자 대기업들로서도 나름대로 어려움이 적지 않겠지만, 주변산업을 일구려 애쓰던 90년대 초의 마음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싶다. 국내 주변산업 육성은 차치하고, 소자업체 스스로의 건실한 기반을 위해서라도 국내 주변산업의 싹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최소한의 토양은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주변산업이 부실해지면 그로 인한 손해와 기회비용은 결국 소자업체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소자업체들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세계적인 반도체업체를 이웃에 둔 주변산업체들이 국내에서 구축한 훌륭한 레퍼런스를 디딤돌 삼아 세계시장에서 뻗어 나가고, 그로 인해 생긴 여력으로 세계적인 기술력을 쌓아 국내 소자업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발전적인 `윈-윈' 관계를 소자업체들이 이끌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