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특히 액션 게임에서 캐릭터를 말해줄 수 있는 건 설정이 아니다. 직접 움직여 실제 벌이는 행동이 그 캐릭터를 결정짓는다. 설정이 왕자라고 되어 있어봤자 다른 캐릭터를 죽여 아이템을 빼앗는 것만 일삼는다면 한낱 살인 강도일 뿐이다. 다시 말해, 그 캐릭터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지가 캐릭터의 성격을 결정짓는 것이다. 시나리오가 강한 액션 어드벤처에서 이는 부담스러운 제약이다. 시나리오에서 설정된 내용이 실제 게임 플레이에서 캐릭터를 움직이며 구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의 활약상을 그린 `인디아나 존스와 황제의 무덤', 그리고 닌자 이야기 `천주 3'는 이에 도전하는 게임들이다.
# `인디아나 존스와 황제의 무덤'
퍼즐ㆍ정교한 액션 감칠맛
아직 아랫배가 나오기 전의 해리슨 포드가 채찍을 휘두르며 전 세계를 누비던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보면서 보물 사냥꾼의 꿈을 꿔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밀림이나 사막에 감춰진 신비로운 유적에서 벌어지는 모험 이야기를 즐기다 보면 제 3세계에 대한 제국주의의 침탈이니 뭐니 하는 소리는 홀라당 까먹고 직접 모험을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인디아나 존스'는 PC 게임 초창기부터 꾸준히 게임화됐다. 이번에 나온 것은 X박스라는 새로운 기기를 통해서다.
`인디아나 존스와 황제의 무덤'은 전형적인 3인칭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인디아나 존스를 움직여 수수께끼의 장소를 뒤지고, 거기서 필요한 아이템을 발견한 후 다시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다. 요즘 유행하는 폭력성과 액션성 보다 `루카스 아츠'다운 퍼즐과 정교한 액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픽도 뛰어나고 풀어나가는 공간도 재미있지만, 그래도 역시 중요한 건 게임이 `인디아나 존스'라는 캐릭터를 얼마나 잘 표현하고 있느냐 이다.
인디아나 존스 하면 역시 채찍이다. 적을 꼼짝 못 하게 하는 무기는 물론이고 장애물을 돌파하는 도구로도 사용된다. 튀어나와 있는 곳에 묶어서 뛰어넘는다든가 장애물을 날려 버리기도 한다. 게임에서는 풀 3D 공간을 충분히 활용해 영화 못지 않게 실감나게 채찍이 표현된다. 채찍말고도 칼이나 총의 활용도 영화에서 사용되었던 이미지를 최대한 살리면서 재현된다.
그러나 신이 나서 채찍을 휘두르다보면 어딘가 괴리가 느껴진다. 인디아나 존스는 채찍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게 아니었다. 퍼즐과 트릭이 연신 등장하고, 목숨을 걸고 이를 헤쳐 나가는 모습에 관객까지 덩달아 손에 땀을 쥐었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영화의 인디아나 존스라면 의심하고 고뇌했을 상황이 별 고민 없이 가볍게 해결된다. 인디아나 존스의 캐릭터가 영화에서와는 달리 진지하기만 하고 어딘가 껄렁거리는 유머 같은 건 없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인디아나 존스와 황제의 무덤'는 인디아나 존스의 근육은 끌어왔지만, 머리와 마음은 끌어오는데 실패한 것 같다.
# `천주 3'
'닌자의 삶' 실감나는 잠입
검은 옷으로 몸을 감싸고 수리검을 꼬나들고 숨어들어 정보를 빼내고 요인을 암살한다. 닌자의 이미지는 수많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웬만큼 친숙해졌다. 테크모의 `닌자 가이덴'이나 세가의 `시노비'는 닌자 주인공이 등장해서 액션을 벌이는 대표적 게임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닌자 게임은 수리검을 던지거나 점프를 해서 높은 벽을 타고 다닌다는 것뿐이지, 닌자의 삶을 재현한 것은 아니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게임들은 닌자옷을 입혀놓은 액션 게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반면 `천주'는 닌자의 삶 자체를 게임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번에 플레이스테이션2용으로 나온 것은 시리즈의 3편이다.
닌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잠입'이다. 적진에 들어가서 정보를 빼내거나 성주를 암살한려면 고도의 잠입 기술이 필요하다. `천주 3'에서는 잠입이란 요소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독특한 게이지를 사용한다. 적이 이쪽의 기척을 어느 정도 눈치챘느냐가 게이지로 나타난다.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시'자가 뜬다. 적당한 곳에 은신하고 기다린다. 무사히 넘기면 `시'자가 없어지지만 반대로 이쪽을 발견하고 달려든다면 이번에는 `살'이라는 글자가 뜬다. 이 게이지만으로도 잠입이란 요소를 실감나게 겪을 수 있다. 이는 곧 닌자의 삶의 기본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천주 3'의 캐릭터들은 천하무적과는 거리가 멀다. 일대일로 싸우더라도 한참을 싸워야 이길 수 있고 방심했다가는 손 한 번 못 써보고 죽을 수도 있다. 혹시 포위되기라도 한다면 도망가는 것만이 살 길이다. 무조건 덤벼서는 곤란하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접근하고, 피치 못하게 상대해야 할 때는 유인과 암습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일대일로 대결해야 한다.
이 게임에서 잠입과 사실감 넘치는 전투는 닌자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장치로서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다른 게임의 닌자 옷을 입은 천하무적 주인공들과는 다르다. `천주 3'는 다른 게임의 과장된 이미지를 부정하면서 현실적인 이미지로 닌자의 모습을 구현한다. 닌자의 삶을 느끼고 경험하면서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면에서 `천주 3'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 `인디아나 존스와 황제의 무덤'
퍼즐ㆍ정교한 액션 감칠맛
아직 아랫배가 나오기 전의 해리슨 포드가 채찍을 휘두르며 전 세계를 누비던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보면서 보물 사냥꾼의 꿈을 꿔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밀림이나 사막에 감춰진 신비로운 유적에서 벌어지는 모험 이야기를 즐기다 보면 제 3세계에 대한 제국주의의 침탈이니 뭐니 하는 소리는 홀라당 까먹고 직접 모험을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인디아나 존스'는 PC 게임 초창기부터 꾸준히 게임화됐다. 이번에 나온 것은 X박스라는 새로운 기기를 통해서다.
`인디아나 존스와 황제의 무덤'은 전형적인 3인칭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인디아나 존스를 움직여 수수께끼의 장소를 뒤지고, 거기서 필요한 아이템을 발견한 후 다시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다. 요즘 유행하는 폭력성과 액션성 보다 `루카스 아츠'다운 퍼즐과 정교한 액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픽도 뛰어나고 풀어나가는 공간도 재미있지만, 그래도 역시 중요한 건 게임이 `인디아나 존스'라는 캐릭터를 얼마나 잘 표현하고 있느냐 이다.
인디아나 존스 하면 역시 채찍이다. 적을 꼼짝 못 하게 하는 무기는 물론이고 장애물을 돌파하는 도구로도 사용된다. 튀어나와 있는 곳에 묶어서 뛰어넘는다든가 장애물을 날려 버리기도 한다. 게임에서는 풀 3D 공간을 충분히 활용해 영화 못지 않게 실감나게 채찍이 표현된다. 채찍말고도 칼이나 총의 활용도 영화에서 사용되었던 이미지를 최대한 살리면서 재현된다.
그러나 신이 나서 채찍을 휘두르다보면 어딘가 괴리가 느껴진다. 인디아나 존스는 채찍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게 아니었다. 퍼즐과 트릭이 연신 등장하고, 목숨을 걸고 이를 헤쳐 나가는 모습에 관객까지 덩달아 손에 땀을 쥐었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영화의 인디아나 존스라면 의심하고 고뇌했을 상황이 별 고민 없이 가볍게 해결된다. 인디아나 존스의 캐릭터가 영화에서와는 달리 진지하기만 하고 어딘가 껄렁거리는 유머 같은 건 없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인디아나 존스와 황제의 무덤'는 인디아나 존스의 근육은 끌어왔지만, 머리와 마음은 끌어오는데 실패한 것 같다.
# `천주 3'
'닌자의 삶' 실감나는 잠입
검은 옷으로 몸을 감싸고 수리검을 꼬나들고 숨어들어 정보를 빼내고 요인을 암살한다. 닌자의 이미지는 수많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웬만큼 친숙해졌다. 테크모의 `닌자 가이덴'이나 세가의 `시노비'는 닌자 주인공이 등장해서 액션을 벌이는 대표적 게임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닌자 게임은 수리검을 던지거나 점프를 해서 높은 벽을 타고 다닌다는 것뿐이지, 닌자의 삶을 재현한 것은 아니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게임들은 닌자옷을 입혀놓은 액션 게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반면 `천주'는 닌자의 삶 자체를 게임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번에 플레이스테이션2용으로 나온 것은 시리즈의 3편이다.
닌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잠입'이다. 적진에 들어가서 정보를 빼내거나 성주를 암살한려면 고도의 잠입 기술이 필요하다. `천주 3'에서는 잠입이란 요소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독특한 게이지를 사용한다. 적이 이쪽의 기척을 어느 정도 눈치챘느냐가 게이지로 나타난다.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시'자가 뜬다. 적당한 곳에 은신하고 기다린다. 무사히 넘기면 `시'자가 없어지지만 반대로 이쪽을 발견하고 달려든다면 이번에는 `살'이라는 글자가 뜬다. 이 게이지만으로도 잠입이란 요소를 실감나게 겪을 수 있다. 이는 곧 닌자의 삶의 기본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천주 3'의 캐릭터들은 천하무적과는 거리가 멀다. 일대일로 싸우더라도 한참을 싸워야 이길 수 있고 방심했다가는 손 한 번 못 써보고 죽을 수도 있다. 혹시 포위되기라도 한다면 도망가는 것만이 살 길이다. 무조건 덤벼서는 곤란하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접근하고, 피치 못하게 상대해야 할 때는 유인과 암습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일대일로 대결해야 한다.
이 게임에서 잠입과 사실감 넘치는 전투는 닌자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장치로서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다른 게임의 닌자 옷을 입은 천하무적 주인공들과는 다르다. `천주 3'는 다른 게임의 과장된 이미지를 부정하면서 현실적인 이미지로 닌자의 모습을 구현한다. 닌자의 삶을 느끼고 경험하면서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면에서 `천주 3'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