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체절명의 도시 지진 음모 파헤치려는 신문기자 재난상황 실감… 긴장감 넘쳐
가끔 일상은 드라마로 변한다. 안락한 일상이 깨지고 위기가 닥치면 보통 때는 숨겨져 있던 얼굴들이 물 위로 떠오른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기 목숨을 던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당장 자기 몸이 위험해지자 체면이나 양심은 물론, 사랑하던 사람까지 내팽개치고 자기만 살겠다는 사람이 있다. 권력ㆍ명성, 혹은 돈을 향한 탐욕 때문에 천재가 아닌 인재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빠지지 않는다.
타워링에서 타이타닉까지, 온갖 사람살이가 한 순간에 집약되는 재난 영화들은 드라마틱한 전개와 스펙터클한 화면으로 많은 관객들을 사로잡아 왔다.
인터랙티브 성격이 강한 게임이 재난 상황을 표현하는데 영화보다 유리한 건 물론이다. 그냥 손놓고 보기만 하는 것보다는 직접 달려들어 마우스를 휘둘러대는 편이, 불굴의 의지로 수많은 위험을 헤쳐 나가며 그 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구해내는 벅찬 경험을 생생하게 맛볼 수 있다. 그런데 의외로 재난 장르의 장점을 충분히 살린 게임은 별로 없다.
`무인도 이야기'나 `서바이벌 키즈' 시리즈는 재난 게임이라기보다는 모험 게임이라고 말하는 게 더 어울린다. `버닝 레인저'의 경우는 재난을 다루긴 했다. 하지만 당사자가 아닌 구조대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방향이 다르다.
재난 게임은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개발 기술에 의존하는 게임이다. 재난 상황을 실감나게 표현하려면 그에 걸맞은 스펙터클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재난 게임이 별로 없는 근본적 이유도 사실 여기에 있다. 안타깝게도 `절체절명의 도시' 역시 플레이스테이션 2라는 강력한 기계에 걸맞은 스펙터클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부족한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재난 상황으로 생생하게 빨려 들어가니 묘한 일이다.
주인공은 신문기자다. 신현도라는 인공섬에 전근가는 도중 대지진이 발생한다. 게임의 목적은 수몰하는 신현도를 탈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고, 지진 뒤에 숨어있는 음모도 밝혀야 한다. 유명한 슈팅 게임 `알 타입'을 만들어낸 아이렘의 작품답게 `절체절명의 도시'는 게임의 재미와 재난의 긴장을 묶어주는 핵심 포인트를 잘 잡아주고 있다.
긴장을 지속시키는 데 제일 큰 공헌을 하는 게 우선 `갈증'이라는 장치다. 움직이면 목이 말라온다. 그 상태가 어느 정도 계속되면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수도가 나올 때마다 물을 먹고 물통에도 채워야 한다. 마음놓고 이리저리 헤맬 틈이 없다. 빨리 다음 수도를 찾아야 한다. 어드벤처 게임에서 흔히 발생하는 긴장감의 상실을 막아주는 효과적인 장치다.
가끔 여진이라도 일어나면 재빨리 `버티기'를 해줘야 한다. 적절하게 몸을 낮춰 바닥에 붙어 버티지 않으면 넘어져 상처를 입게 된다. 가끔은 제대로 버티기를 했더라도 운이 없으면 위에서 떨어지는 부서진 건물 잔해에 죽을 수도 있다. 위험해 보이는 데에는 가고 싶지 않지만 게임을 진행하려면 반드시 가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게임 내내 긴장감이 넘친다.
어렵사리 진행하다 보면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닥친다. 신문기자답게 재난의 흑막을 끝까지 파헤칠 것인지, 좋아하게 된 여자를 위해 목숨을 걸 것인지, 아니면 일단 목숨부터 건지고 볼 것인지. 생각보다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걸 보면, 이 게임은 재난 상황으로 플레이어를 몰입시키는데 성공한 것 같다.
* 게임 약사 : R-Type
1988년 3월 25일 전설의 명작 슈팅 `R-Type' 콘솔 게임으로 등장
가끔 일상은 드라마로 변한다. 안락한 일상이 깨지고 위기가 닥치면 보통 때는 숨겨져 있던 얼굴들이 물 위로 떠오른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기 목숨을 던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당장 자기 몸이 위험해지자 체면이나 양심은 물론, 사랑하던 사람까지 내팽개치고 자기만 살겠다는 사람이 있다. 권력ㆍ명성, 혹은 돈을 향한 탐욕 때문에 천재가 아닌 인재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빠지지 않는다.
타워링에서 타이타닉까지, 온갖 사람살이가 한 순간에 집약되는 재난 영화들은 드라마틱한 전개와 스펙터클한 화면으로 많은 관객들을 사로잡아 왔다.
인터랙티브 성격이 강한 게임이 재난 상황을 표현하는데 영화보다 유리한 건 물론이다. 그냥 손놓고 보기만 하는 것보다는 직접 달려들어 마우스를 휘둘러대는 편이, 불굴의 의지로 수많은 위험을 헤쳐 나가며 그 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구해내는 벅찬 경험을 생생하게 맛볼 수 있다. 그런데 의외로 재난 장르의 장점을 충분히 살린 게임은 별로 없다.
`무인도 이야기'나 `서바이벌 키즈' 시리즈는 재난 게임이라기보다는 모험 게임이라고 말하는 게 더 어울린다. `버닝 레인저'의 경우는 재난을 다루긴 했다. 하지만 당사자가 아닌 구조대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방향이 다르다.
재난 게임은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개발 기술에 의존하는 게임이다. 재난 상황을 실감나게 표현하려면 그에 걸맞은 스펙터클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재난 게임이 별로 없는 근본적 이유도 사실 여기에 있다. 안타깝게도 `절체절명의 도시' 역시 플레이스테이션 2라는 강력한 기계에 걸맞은 스펙터클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부족한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재난 상황으로 생생하게 빨려 들어가니 묘한 일이다.
주인공은 신문기자다. 신현도라는 인공섬에 전근가는 도중 대지진이 발생한다. 게임의 목적은 수몰하는 신현도를 탈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고, 지진 뒤에 숨어있는 음모도 밝혀야 한다. 유명한 슈팅 게임 `알 타입'을 만들어낸 아이렘의 작품답게 `절체절명의 도시'는 게임의 재미와 재난의 긴장을 묶어주는 핵심 포인트를 잘 잡아주고 있다.
긴장을 지속시키는 데 제일 큰 공헌을 하는 게 우선 `갈증'이라는 장치다. 움직이면 목이 말라온다. 그 상태가 어느 정도 계속되면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수도가 나올 때마다 물을 먹고 물통에도 채워야 한다. 마음놓고 이리저리 헤맬 틈이 없다. 빨리 다음 수도를 찾아야 한다. 어드벤처 게임에서 흔히 발생하는 긴장감의 상실을 막아주는 효과적인 장치다.
가끔 여진이라도 일어나면 재빨리 `버티기'를 해줘야 한다. 적절하게 몸을 낮춰 바닥에 붙어 버티지 않으면 넘어져 상처를 입게 된다. 가끔은 제대로 버티기를 했더라도 운이 없으면 위에서 떨어지는 부서진 건물 잔해에 죽을 수도 있다. 위험해 보이는 데에는 가고 싶지 않지만 게임을 진행하려면 반드시 가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게임 내내 긴장감이 넘친다.
어렵사리 진행하다 보면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닥친다. 신문기자답게 재난의 흑막을 끝까지 파헤칠 것인지, 좋아하게 된 여자를 위해 목숨을 걸 것인지, 아니면 일단 목숨부터 건지고 볼 것인지. 생각보다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걸 보면, 이 게임은 재난 상황으로 플레이어를 몰입시키는데 성공한 것 같다.
* 게임 약사 : R-Type
1988년 3월 25일 전설의 명작 슈팅 `R-Type' 콘솔 게임으로 등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