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前서강대 교수 우리에게 '디지털'이라는 개념은 '터미네이터 2'의 액체 로봇과 더불어 선명하게 등장했다.
마치 밀가루 반죽처럼 모든 모양대로 변하는 액체 로봇은 '로봇'이라는 말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고체적 이미지를 단번에 와해시켰다.
그리고 이런 형태변이 개념은 '쥬라기 공원'에 이르러 본격화되었다.
과거의 영화와 디지털 영화를 보면, 디지털의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예컨대 사람이 코끼리로 변하는 장면의 경우, 과거의 영화라면 우선 화면에 연기가 펑 나고 연기가 걷히면 코끼리가 서 있게 된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에 의한 컴퓨터 그래픽은 인간으로부터 코끼리로 변하는 과정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이 연속성의 개념이 디지털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고전적인 영화를 유클레이데스 기하학에 비유한다면, 디지털 영화는 무한소 미분이나 토폴로지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이전의 기법에서 형태변이는 불연속적이다.
모든 형태는 각각의 '본질'을 가지고 있으며, 각 본질과 본질 사이에는 넘어설 수 없는 심연이 있다.
삼각형은 삼각형이고 사각형은 사각형인 것이다.
삼각형의 본질과 사각형의 본질은 전적으로 다르다.
디지털 기술에서 이 불연속의 심연은 무너진다.
삼각형, 사각형, 그리고 그 어떤 모양새든 연속적 변환에 의해 계속 변해가는 과정 속에 놓인다.
삼각형, 사각형 등은 1, 2, 3이 실수의 특수한 경우이듯이 이 과정 속에 놓인 무수한 형태들 중 특수한 경우들일 뿐이다. 공학적으로 말하면 아날로그가 연속이고 디지털이 불연속이지만, 존재론적으로 보면 아날로그는 '개체성'에 기반하는 불연속의 존재론이고 디지털은 개체성이 무어지고 모든 것이 이어지는 연속의 존재론이다.
아날로그 문화에서는 개별성이 중요하다.
각각의 개체는 자신의 '동일성' 또는 '정체성'이 가장 핵심적이다.
책상, 나무, 컴퓨터, 철수, 뽀삐 등등, 모든 존재들이 각자의 동일성을 가지고서 불연속을 형성한다.
아날로그의 세계는 수많은 본질들의 세계이다.
그러나 디지털의 세계는 마치 용광로에 각종 형태의 고철들이 들어갔다가 전혀 다른 물체가 되어 나오듯이('터미네이터 2'의 마지막 용광로 장면이 이를 잘 보여주었다) 개별성들이 와해되고 다양하게 형태변이되는 세계이다.
이렇게 디지털은 우리에게 익숙한 '사물들'의 세계를 마음대로 조작해서 변형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함축한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디지털 기술의 악용에 대해 경고해 준다.
어떤 기술도 선용되기만 한 적은 없으며 늘 악용되어 왔다.
그리고 기술이 발달할수록 그 악용의 방식은 계속 끔찍해져 왔다.
예컨대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사람을 고문하거나, 또 히틀러 같은 자가 다시 나와서 지금 세계가 마음에 안든다고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온통 사물들을 변형시킨다고 상상해 보라. 상상만 해도 오싹한 풍경이다.
만일 미래에 묵시록적 세계가 펼쳐진다면, 그 세계는 거의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야말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아닐까. 이러한 사태를 미리 막기 위해서는 디지털의 선용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철학과 실천이 필요하다.
마치 밀가루 반죽처럼 모든 모양대로 변하는 액체 로봇은 '로봇'이라는 말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고체적 이미지를 단번에 와해시켰다.
그리고 이런 형태변이 개념은 '쥬라기 공원'에 이르러 본격화되었다.
과거의 영화와 디지털 영화를 보면, 디지털의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예컨대 사람이 코끼리로 변하는 장면의 경우, 과거의 영화라면 우선 화면에 연기가 펑 나고 연기가 걷히면 코끼리가 서 있게 된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에 의한 컴퓨터 그래픽은 인간으로부터 코끼리로 변하는 과정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이 연속성의 개념이 디지털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고전적인 영화를 유클레이데스 기하학에 비유한다면, 디지털 영화는 무한소 미분이나 토폴로지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이전의 기법에서 형태변이는 불연속적이다.
모든 형태는 각각의 '본질'을 가지고 있으며, 각 본질과 본질 사이에는 넘어설 수 없는 심연이 있다.
삼각형은 삼각형이고 사각형은 사각형인 것이다.
삼각형의 본질과 사각형의 본질은 전적으로 다르다.
디지털 기술에서 이 불연속의 심연은 무너진다.
삼각형, 사각형, 그리고 그 어떤 모양새든 연속적 변환에 의해 계속 변해가는 과정 속에 놓인다.
삼각형, 사각형 등은 1, 2, 3이 실수의 특수한 경우이듯이 이 과정 속에 놓인 무수한 형태들 중 특수한 경우들일 뿐이다. 공학적으로 말하면 아날로그가 연속이고 디지털이 불연속이지만, 존재론적으로 보면 아날로그는 '개체성'에 기반하는 불연속의 존재론이고 디지털은 개체성이 무어지고 모든 것이 이어지는 연속의 존재론이다.
아날로그 문화에서는 개별성이 중요하다.
각각의 개체는 자신의 '동일성' 또는 '정체성'이 가장 핵심적이다.
책상, 나무, 컴퓨터, 철수, 뽀삐 등등, 모든 존재들이 각자의 동일성을 가지고서 불연속을 형성한다.
아날로그의 세계는 수많은 본질들의 세계이다.
그러나 디지털의 세계는 마치 용광로에 각종 형태의 고철들이 들어갔다가 전혀 다른 물체가 되어 나오듯이('터미네이터 2'의 마지막 용광로 장면이 이를 잘 보여주었다) 개별성들이 와해되고 다양하게 형태변이되는 세계이다.
이렇게 디지털은 우리에게 익숙한 '사물들'의 세계를 마음대로 조작해서 변형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함축한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디지털 기술의 악용에 대해 경고해 준다.
어떤 기술도 선용되기만 한 적은 없으며 늘 악용되어 왔다.
그리고 기술이 발달할수록 그 악용의 방식은 계속 끔찍해져 왔다.
예컨대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사람을 고문하거나, 또 히틀러 같은 자가 다시 나와서 지금 세계가 마음에 안든다고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온통 사물들을 변형시킨다고 상상해 보라. 상상만 해도 오싹한 풍경이다.
만일 미래에 묵시록적 세계가 펼쳐진다면, 그 세계는 거의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야말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아닐까. 이러한 사태를 미리 막기 위해서는 디지털의 선용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철학과 실천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