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정치권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제21대 대통령선거를 기점으로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이 본격적인 개막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디지털 금융 시장은 해외 자본시장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쳐진 상태다. 그간 토큰증권과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스테이블코인 등의 제도화 필요성이 수차례 거론돼 왔으나 관련 법안이 마련되지 않거나 입법이 무산되면서 현실의 벽에 가로막혔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21대 대선을 기점이 디지털자산 시장 개막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 현물 ETF 합법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 현물 ETF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의 가격을 추종하는 펀드다. 미국과 홍콩에서는 당국 승인을 받아 정식 금융상품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관련 법안 작업이 한창이다.
주요 대선 후보 모두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적극적으로 약속해 차기 정부에서의 도입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현행 자본시장법이 암호화폐를 기초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가상자산 현물 ETF가 도입되기 위해선 자본시장법 개정, 과세 시스템 마련 등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대선은 디지털자산 관련 공약이 전면에 등장한 첫 대선"이라며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공약이 많기 때문에 추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라고 짚었다.
이어 "국내에 가상자산 현물 ETF가 도입된다면 자산운용업계 업황 부진의 돌파구 역할을 할 것"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선 디지털자산 내 우량 자산인 비트코인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스테이블코인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화 등 법정 화폐와 연동해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암호화폐다. 최근 결제·송금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가상자산 현물 ETF보다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부담이 더 크다. 화폐 대체재 특성을 가졌고, 달러·원화 사이의 자본 규제를 회피할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다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을 적극적으로 키우려는 상황인 만큼, 국내에서도 이 자산을 제도권 밖에 둘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아 차기 정부에서의 논의 흐름이 주목된다.
홍 연구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핫이슈로 부상했다"며 "수요에 대한 의심이 있지만, 잠재적으로는 수많은 지역화폐나 복지포인트를 포함해 대기업 내부 또는 계열사 생태계 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폐쇄형 디지털 자산을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화폐 중에서도 토큰증권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제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토큰증권 법안(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은 이번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끝난 상태이며, 탄핵 사태로 처리가 지연됐지만, 이번 대선 뒤 무난한 통과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두 후보 모두 토큰증권의 조속한 법제화를 공약했다.
관련 업계에서도 토큰증권 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IT 기업과 조각투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면서 생태계가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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