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의결권 행사가 2023년 대비 개선됐지만, 여전히 주요 연기금에 비해서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등은 중복기재율이 80%를 넘어 개선 필요 지적을 받았다.
4일 금융감독원의 '2024년 자산운용사 의결권 행사 현황 점검 결과'에 따르면 공·사모펀드의 행사율이 전년(79.6%) 대비 개선돼 91.6%를 기록했다. 반대율도 전년(5.2%) 보다 소폭 오른 6.8%였다. 그러나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에 비해선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행사율과 반대율은 각각 99.6%, 20.8%였으며 공무원연금은 97.8%, 8.9%에 달했다.
운용사별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이 의결권을 충실히 행사해 행사율, 반대율이 주요 연기금과 유사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행사사유도 투자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기재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과 신영자산운용은 투자대상회사 경영진과 면담, 주주제안 등 주주권 행사 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결권 행사율 또한 100%, 98.8%로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상장주식수 보유 상위 5개사 중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의 경우 의결권 행사·불행사 사유 중복 기재율이 각각 86.2%, 80.2%를 기록, '개선 필요' 평가를 받았다. 중복 기재율은 의결권 사유로 '주주권리 침해없음'과 같은 문구를 여러 안건에 동일 기재한 비율을 뜻한다. 이를 비롯해 NH아문디자산운용(60.9%), 삼성자산운용(57.1%), 미래애셋자산운용(56.7%) 등도 중복기재율이 높았다.
상당수 사모운용사의 경우 의결권 행사 관련 공시기한조차 미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공모운용사도 지연·누락공시 사례가 발생했다.
금감원은 점검 과정에서 운용사의 의결권 업무체계 개선 필요사례를 다수 파악했다고 밝혔다. 대형사일지라도 실질적인 전담 조직을 운영하기보다는 경영지원·리서치팀에서 일부 직원이 의결권 업무를 담당해 정기 주총시즌에 과도한 업무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지원 부족 문제가 드러났다.
또한 투자대상회사와의 이해상충관리가 중요한 상황이나, 구체적인 이해상충관리 지침·공시 없이 상정안건에 대부분 찬성의견을 제출하기도 했다.
모든 안건에 단일한 의결권 자문사 의견을 받고 해당 의견에 대한 별도 내부검증 없이 찬반을 결정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투자전략으로 삼는 행동주의 펀드뿐만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펀드의 경우에도 보유 주식의 중장기 가치를 높이기 위한 의결권 행사, 기업과의 소통 등 수탁자 책임활동이 운용사의 핵심임을 자산운용사 경영진이 유념해야 한다"고 짚었다.
금감원은 향후에도 자산운용사 의결권 공시점검을 다각도로 실시할 방침이다. 또한 투자자가 성실한 수탁자를 가려낼 수 있도록 펀드 의결권 행사 비교와 공시시스템 마련, 스튜어드십 코드 운영 개선 등 지속적·단계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