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산하 한국펀드파트너스
무더기 산출오류에도 지정 유지
더 높은 보수에도 관계사 썼다면
경쟁과열 속 밀어주기 의혹 충분
무더기 산출오류에도 지정 유지
더 높은 보수에도 관계사 썼다면
경쟁과열 속 밀어주기 의혹 충분
국내 계열이나 관계회사로 사무관리회사를 두고 있는 자산운용사 중 KB자산운용을 제외한 모든 곳이 자사 상장지수펀드(ETF) 100%를 관계회사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TF의 실시간 가격을 평가할 수 있는 순자산가치(iNAV)를 산출하는 사무관리회사를 한 곳으로 통일하면서, 투자자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3월 한국펀드파트너스가 무더기 iNAV 산출 오류를 냈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후 출시한 상품도 모두 관계회사인 이곳에 사무관리를 맡겼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운용과 우리자산운용, 하나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모든 ETF 상품의 사무관리회사로 계열이나 관계 회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7개 상품을 한국펀드파트너스에 맡기며 개수가 가장 많았고, 신한자산운용은 신한펀드파트너스에 58개 상품을, 우리와 하나는 각각 12개와 11개 상품을 모두 계열펀드사인 우리펀드서비스와 하나펀드서비스에 맡겼다.
우리자산운용 관계자는 "다양한 사무관리회사를 이용하는 것보다 계열 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보수나 관리 측면에서 더 큰 이점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계열 사무관리회사가 없는 자산운용사는 지수나 상품 특성에 맞춰 사무관리회사를 선정했다. 특히 상품에 따라 보수가 달라지고, 보수에 따라 상품의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사무관리회사의 신뢰성과 보수 등을 비교해 가장 유리한 곳을 선정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KB자산운용 역시 KB펀드파트너스를 계열회사로 두고 있지만, 사무관리회사는 여러 곳을 사용하고 있다. KB펀드파트너스가 지난달부터 ETF 관련 업무를 시작한 만큼, 향후 계열 회사로의 변경 여부를 살펴봐야 하지만 현재는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KB자산운용의 설명이다. 또 하나의 사무관리회사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큰 이점도 없다고 봤다.
사무관리회사는 ETF 관련 비용과 함께 시장 공시, 세금 등을 처리하고 ETF의 자산을 평가해 기준가를 산출한다. ETF의 유동성공급자의 호가와 투자자의 투자 판단 기준이 되는 iNAV 역시 사무관리회사가 산출한다.
iNAV는 현재 ETF의 실제 추정 가치로, 사무관리회사가 iNAV를 잘못 산출할 경우 시장 거래가격과의 괴리율이 발생해 투자자가 실제 가치보다 현재 가격이 낮거나, 높다는 판단을 잘못 내릴 수 있다.
투자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사무관리회사의 능력 역시 주요 평가 지표가 된다. 한국거래소는 사무관리회사에서 오류가 발생한 경우 해당 상품의 자산운용사 평가에 이를 반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3월 사무관리회사인 한국펀드파트너스가 170여개 상품에서 무더기로 산출 오류를 낸 뒤에도 해당 회사의 관계회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별다른 조치 없이 기존 상품의 사무관리회사를 유지했고, 사고 발생 이후 신규 상장한 상품 역시 100% 해당 회사를 사무관리회사로 지정했다.
해당 회사는 미래에셋컨설팅이 지분 약 30%를 보유하며 2대주주로 있는 회사이고,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일가가 지분 91.86%를 보유한 가족회사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도 36.92% 가지고 있다. 박 회장이 보유한 지분 60.19%를 더하면 사실상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펀드파트너스와도 특수관계 회사로 묶여 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2022년 지분 70%를 외부에 매각하며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펀드파트너스를 미래에셋 기업집단 회사에서 제외했다"며 "내부에서 기업회계기준의 보수적인 해석으로 주석상 기타 특수관계자로 분류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사무관리회사를 하나로 통일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해당 운용사들이 말하는 보수 역시 계열 회사보다 다른 사무관리회사가 더 낮은 경우도 있었다.
동일하게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 사이에서도 사무관리회사별로 보수가 달랐다. 신한펀드파트너스가 사무관리회사를 맡은 '신한 SOL 미국S&P500'과 'KODEX 미국S&P500'의 일반사무 보수는 각각 0.005%와 0.0001%로 오히려 비계열 회사인 삼성자산운용이 더 낮았다.
또 한국펀드파트너스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S&P500 ETF에서 받는 보수는 0.0015%이고, 하나펀드서비스는 '하나 1Q 미국 S&P500'에서 0.0003%의 보수를 받는다. 만약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한국펀드파트너스보다 하나펀드서비스를 이용하면 총 보수를 더 낮출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운용 규모와 상품 구조에 따라 보수율이 달라질 수 있지만, 더 높은 보수에도 관계회사나 계열회사를 사용했다면 '계열사 밀어주기'로 볼 수도 있다"며 "특히 최근 운용사간 경쟁이 과열되며 0.0001%의 수수료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더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판매회사 등이 계열사 자금으로 그룹의 자산운용사를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는 상황에서 사무관리회사 역시 비슷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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