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1건·24.5% ↑… 유증 기일 변경 등 공시번복 최다
코스피 15건·코스닥 40건… 집합투자업도 전년비 2배 ↑
코스피 15건·코스닥 40건… 집합투자업도 전년비 2배 ↑
공시 의무를 소홀히 하는 사례가 늘면서 불성실공시 법인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된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일정 변경이나 철회는 물론, 자산운용사 등 집합투자업자의 의결권 행사 공시 미준수도 확산되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에서 발생한 불성실 공시 건수는 61건이다. 코스피 상장사에서 15건, 집합투자업에선 6건이 발생했고 코스닥 시장에선 40건의 공시가 나왔다. 지난해 같은 기간 공시된 전체 건수(49건) 보다 24.48% 늘어난 수치다.
사유별로는 공시번복이 3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공시불이행(24건), 공시변경(10건), 의결권행사 공시기한 미준수(6건) 순이었다. 한 개 회사가 여러 사유로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될 수 있기에 지정 사유는 중복될 수 있다.
공시번복의 경우 유상증자 납입 기일이나 발행 금액 등을 변경하는 사례가 가장 많았으며 증권예탁증권(DR) 발행 결정·유형자산 양수결정·회사분할 결정 등 회사 재무 여건에 영향을 미치는 철회 결정도 다수 포함됐다.
코스피 상장사 범양건영은 종속회사인 범양플로이가 건설업 실질자본금 미달로 지난 3월 4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음에도 이를 10일에야 공시해 공시 지연으로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됐다.
코스닥 시장에선 한국유니온제약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을 취소하는 등 지난 1년간 총 14점의 벌점을 받아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됐다. 인크레더블버즈도 CB 발행 철회 등으로 벌점 8점을 받았다.
경기 침체로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하면서 기업들의 사업 계획 변경이 잦아졌고, 이에 불성실공시 법인 수도 증가했다. 의결권 행사 공시 의무가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한을 지키지 않는 집합투자업자가 늘면서 불성실공시 건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집합투자업에서는 지난해 상반기엔 세 곳에서만 불성실공시가 발생했지만, 올해는 그 수가 두 배로 늘었다. 하나생명, NH아문디자산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씨엘자산운용 등이 의결권행사 공시기한을 지키지 않아 불성실공시로 지정됐다.
하나생명은 삼성전자에 대한 의결권 행사 내용을 지난 4월 30일까지 제출해야 했으나 기한을 지키지 않고 5월 13일에 공시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HD한국조선해양,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HD현대마린엔진에 대한 의결권 행사 내역을 기한 내 공시하지 않았다. 씨엘자산운용은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의결권 행사 공시 대상 법인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기한 내 의결권 공시를 하지 않았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불성실공시 법인 수가 예년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된 회사는 총 176곳이었는데, 올해는 5개월 만에 이미 61곳이 지정되며 작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업계에선 불성실공시 법인 대부분이 재무 구조가 취약한 중소형 기업이나 산업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상장사에서 발생하는 만큼,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불성실공시 위반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될 경우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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