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년 한국의 반도체 생산 비중이 세계 시장의 약 20%에 육박해 대만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8일(현지시간) '반도체 공급망의 새로운 회복 탄력성' 보고서에서 2032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생산능력이 19%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21%)에 이어 두 번째로 높고 대만(17%)과 미국(14%)을 앞선 것이다. 2022년의 생산비중 17%와 비교하면 2%포인트 늘어난 수치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반도체 생산 비중은 중국(24%)과 대만(18%)에 이어 일본과 함께 공동 3위로 평가됐다.
한국의 생산 점유율이 증가하는 것은 반도체 공장 건설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 기간 한국의 반도체 생산능력 증가율을 129%로 추정했다. 미국(20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유럽(124%)과 대만(97%), 일본(86%), 중국(86%), 기타(62%) 등을 앞선다. 2012년 대비 2022년 우리나라의 반도체 생산능력 증가율은 90%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첫 번째는 중국으로 365%의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대만은 67%, 유럽은 63%, 일본은 36% 등으로 나타났다. 가장 낮은 국가는 미국(11%)이었으며 지역을 제외한 기타 지역은 72%였다.
다만 첨단 공정을 포함한 10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이하 한국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31%에서 9%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대만도 69%에서 47%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을 앞세워 미국 내 설비투자를 장려하면서 첨단 공정을 위한 공장 등을 짓는 등 투자가 많이 늘어난 영향이다. 2032년 미국의 반도체 생산능력 증가율은 2022년 대비 3배 수준(203%)으로 늘어나고, 생산 점유율은 10%에서 14%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반도체 지원법이 없었다면 미국의 점유율은 2032년 8%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특히 미국의 10나노미터(㎚) 이하 공정의 생산 점유율이 2022년 0%에서 10년 뒤인 2032년 28%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반도체산업 발전에 일찍 투자해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며 "세계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 D램 시장에서 각각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SIA는 올해 1분기 세계 반도체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15.2% 증가한 1377억달러(약 188조4000억원)를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다만 직전 분기에 비해서는 5.7% 감소했으며 3월 매출도 전달보다 0.6% 줄었다.
존 뉴퍼 SIA 회장은 "올해 1분기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크게 증가했다"며 "(반도체)시장이 올해 남은 기간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전체 매출은 지난해보다 두 자릿수 성장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IA는 이 같은 반도체 월간 및 분기 매출 통계는 세계 반도체 시장통계기구(WSTS)가 집계한 것이라고 전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2022년 대비 2032년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 미국반도체산업협회·보스턴컨설팅그룹 보고서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