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힌 HD현대마린솔루션이 코스피 상장 첫날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에는 실패했지만 공모가 대비 2배 가까운 수익률을 내면서 마감했다. HD현대마린은 앞서 공모청약 과정에서 25조원의 시중 자금을 빨아들인 바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공모가(8만3400원) 대비 8만500원(96.52%) 상승한 16만3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는 공모가보다 43.8% 높은 11만9900원에 형성, 장중 한때 공모가 대비 99.2% 오른 16만6100원까지 상승했으나 다소 상승 폭을 줄이며 장을 마쳤다.
시장이 기대한 따따블(33만3600원)에는 한참 못 미쳤지만 따블(16만6800원)에는 근접한 수준이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7조2854억원으로, SK바이오팜(7조90억원)과 현대글로비스(6조9600억원) 등을 단숨에 제치고 시총 56위에 안착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 2016년 출범한 HD현대중공업의 선박 애프터서비스(AS) 전문 회사다. 선박 관련 통합 유지·보수부터 개조, 디지털 솔루션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상장일 기준 HD현대가 55.8% 지분을 보유 중이며 지난해 매출은 1조4305억원, 영업이익은 2015억원을 기록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앞서 기관 대상 수요 예측과 일반 청약에서도 흥행 흐름을 이어온 바 있다.
지난달 16일~22일 진행된 국내외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는 총 2021개 기관이 참여해 201대1의 경쟁률을 기록, 공모가를 희망밴드(7만3300~8만3400원) 최상단인 8만3400원으로 확정했다.
특히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하는 의무보유확약 신청 비율도 45.1%에 달해 2024년 기준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3개월 확약이 약 57%이며, 6개월 이상 장기 확약도 23% 정도다.
이후 진행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서는 경쟁률 255.78대1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으로는 올해 최대 규모인 약 25조원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 2월 상장한 에이피알 청약 증거금(14조 원) 대비 10조원 가량 더 많은 수치로 올해 최대 규모다.
상장을 통해 마련된 자금은 △물류센터 구축 및 고도화 △국내외 항만 창고 확보 △선박 관리회사 인수 △클라우드 관리 체계 구축 △수리 조선소 네트워크 구축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한편 HD현대마린솔루션은 상장일에 맞춰 지난 1년 간의 주요 경영 성과를 담은 첫 통합보고서도 발간했다. 이를 통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비전 체계와 탄소중립 이행 로드맵을 대내외적으로 선포, 상장사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출발선에 서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HD현대가 지향하는 바다의 무한한 가능성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장 기념식에는 이기동 대표와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김성현 KB증권 대표를 비롯해 정기선 HD현대 부회장도 참석했다.
증권가에서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점치고 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전형적 사이클의 신조 조선업과 달리 서비스 대상인 선대(Fleet)는 성장만 하기 때문에 HD현대마린도 매년 이익 증가가 기대된다"며 "특히 이산화탄소(CO2) 규제에 따른 선박용 이중엔진(DF) 채택으로 선박 애프터마켓(AM)솔루션의 순정부품 수요 급증, 노후선의 친환경선 개조 확대, 선박 디지털(SDV) 부문 구독 확대의 수혜로 성장 폭도 가파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8일 오전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기념식에서 주요 참석인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채남기 한국IR협의회 회장, 이경인 UBS증권 부회장, 양태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박태진 JP모건증권 한국 회장, 정기선 HD현대부회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 김성현 KB증권 대표,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이기헌 상장회사협의회 상근부회장,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 [한국거래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