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등 각종 기념일을 앞두고 서민들은 쪼그라든 지갑 사정에 근심을 토로한다. 무섭게 오른 물가에 물건을 사러갔다 포가하고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적지않다. 가정의 달이 아닌 '가난의 달'이라는 자조까지 나올 정도다.
레고 매장에 진열된 상품 가운데 어린이날 기간 10∼30% 할인이 적용된 60종의 평균 가격은 약 8만8000원이었다.
어린이날 전후로 방문객이 늘어나는 유명 놀이공원의 종일 이용권은 어린이 기준 롯데월드 4만7000원, 서울랜드 4만3000원 등이다. 동행하는 부모의 성인 입장료와 외식비 등을 고려하면 하루에 가족당 최소 20여만원이 필요하다.
가족 식사를 해도 고물가를 실감하게 된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4인 가족 기준으로 국내 유명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샐러드바를 이용하려면 13만4800원이 든다. 작년과 비교하면 5000원을 더 내야 한다.
한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도 최근 대표 메뉴 가격을 1만8000원에서 1만9900원으로 1900원(10.5%) 올렸고, 맥도날드 역시 2일부터 1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피자헛은 2종 메뉴 가격을 약 3%씩 인상했다.
불과 며칠 뒤 어버이날이다. 어버이날 부모님이나 장인·장모에게 선물을 하려해도 엄두가 안난다. 현금을 드리려해도 열악한 주머니 사정에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2029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 올랐다.
외식 물가는 소비자물가보다 빠른 속도로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대표적인 외식 메뉴인 삼겹살(200ｇ) 가격은 작년 동월(1만9236원) 대비 3.4% 오른 1만9981원이었다. 지난달 배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02.9% 급등했다.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배 물가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5년 이후 역대 최대 상승 폭이다. 사과는 80.8%로 지난 3월(88.2%)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높은 가격 수준을 보이고 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어린이날을 3일 앞둔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성백제박물관 앞에서 야외학습을 나온 어린이들이 송파구 캐릭터인 하하, 호호와 함께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