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규개위는 산업부가 추진 중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심의를 효과성이나 영업비밀 침해 등에 대해 추가 의견수렴, 검토를 위해 오는 24일에서 잠정 연기했다.
개정안은 현재 공개 중인 전국 평균 도매가를 광역시·도 단위로 세분화하고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도매가격을 공개하는 것이 골자다. 또 개정안이 통과되면 업계는 판매 대상과 지역 가격을 일주일, 월 단위로 판매량과 함께 산업부에 보고해야 한다.
업계는 도매가격 공개와 보고 의무가 영업비밀 침해라고 주장한다. 산업부가 가격정보 투명화와 가격 하향 안정을 노리지만 오히려 경쟁제한이나 가격 상향 동조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가격공개제도는 주유소 실 판매가격을 하락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추정이 어려운 인건비 등 물가상승에 따른 제조비용 상승분을 감안하면, 공개이후 가격인하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건비 등 물가상승에 제조비용 상승분은 정유사 공개거부로 추정이 불가능하다.
영업비밀 침해여부도 논란이다. 앞서 2011년 당시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으나 영업비밀 침해 등을 이유로 규개위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입찰에 의한 계약 방식이 아닌 일반적인 경쟁시장의 상거래에서 어느 공급자가 제시하는 가격정보는 필연적으로 경쟁업체에게 공개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공급자간 가격경쟁이 촉발된다 하더라도 이를 가격정보라는 영업비밀 침해의 결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아울러 경쟁 정유사들 입장에서는 각 거래처별 가격을 비밀로 유지할 수 있으나 주유소 운영자간의 인터넷 카페 등에서 실시간으로 정유사 공급가격이 공유되고 있어 별도로 비밀성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주유소 업계에서도 석유 가격 안정화를 위해 개정안을 찬성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석유관리원이 지난 2월 전국 주유소 1005곳을 무작위로 방문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79%가 찬성을 표했다.
김태환 에경연 연구위원은 "개정안에 대해 찬성, 반대 측 모두 근거가 있는 주장이지만 전제 조건들이 국내 석유시장에 부합하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계속 미룰 것이 아니라 빨리 판단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정석준기자 mp125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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