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一手遮天 <일수차천>](http://contents.dt.co.kr/images/202204/2022042202102369061001[1].jpg "[古典여담] 一手遮天 <일수차천>")
한 일, 손 수, 가릴 차, 하늘 천.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뜻이다. 손으로는 자신의 눈을 가릴 수는 있지만 넓은 하늘은 못 가리는 법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뜻의 '이장폐천'(以掌蔽天)으로 쓰이기도 한다. 당(唐) 선종 때 시인 이업이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의 '이사열전'(李斯列傳)을 읽고 지은 시(詩) '독이사전'(讀李斯傳)에서 유래했다.
사기 87권에 이사의 전(傳)이 실려있다. 전국시대 초(楚)나라 출신인 이사는 진(秦)의 태자 영정을 도와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를 건국했다. 그가 섬겼던 영정은 중국 역사상 최초의 황제, 진시황제가 된다. 시황제가 지방 순행 중 사망하자 이사는 상(喪)을 발표하지 않고 조칙(詔勅)을 위조해 태자 부소(扶蘇)를 죽이고 호해(胡亥)를 황제로 내세웠다. 호해는 승상 이사와 환관 조고(趙高)에게 모든 정치를 맡기고 사치와 향락에 빠졌다.
이후 이사는 조고와의 권력다툼에서 패한다. 조고는 이사를 고문한 후 요참형(腰斬刑)에 처했다. 요참형은 작두로 허리를 잘라 죽이는 형벌이다. 뿐만 아니라 삼족이 멸족당했다. 사마천은 열전 말미에 "이사가 군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막아 속여서 스스로 형벌과 화를 입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업은 '이사열전'을 읽고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기암상불연(欺暗常不然; 모르는 것을 속이려 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데)/기명당자륙(欺明當自戮; 다 아는 일을 속이려 하면 당연히 자신을 죽이게 된다)/난장일인수 엄득천하목(難將一人手 掩得天下目; 어렵구나! 한 사람의 손으로 천하의 눈을 가리는 것은).' 여기서 나온 사자성어가 '일수차천'이다.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어도 언젠가는 언젠가는 맑은 하늘이 드러난다. 진실은 가려질 수도 없고, 가려지지도 않는 법이다. 또 '아빠 찬스' 논란이 일고 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얘기다. 정 후보자는 자녀들의 의대 편입학에 있어 부당행위는 절대 없었다고 주장한다. 부디 '일수차천'의 또 다른 사례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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