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枉尺直尋 <왕척직심>](http://contents.dt.co.kr/images/202202/2022021802102369660001[1].jpg "[古典여담] 枉尺直尋 <왕척직심>")
구부릴 왕, 한 자 척, 펼 직, 여덟 자 심. 한 자를 구부려 여덟 자를 편다는 뜻으로 작은 것을 희생해 큰 이로움을 살린다는 의미로 흔히 쓰인다. '맹자(孟子)'에 나온다.
제자 진대(陳代)가 맹자에게 제후를 만나볼 것을 권하면서 옛말에 '한 자를 구부려서 여덟 자를 편다'(왕척직심)는 말이 있다고 했다. 맹자가 제후를 만나는 것은 한 자를 굽히는 것으로 만약 제후가 맹자를 만나고 왕도정치를 펴게 된다면 여덟 자를 펴는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자 맹자는 공자(孔子)가 제(齊)나라 경공(景公)과 우인(虞人)에 얽힌 일화를 들며 자신이 제후를 만나지 않는 것을 설명했다. 그 일화란 경공이 사냥을 할 때 우인(虞人)을 높은 자리로 불렀으나 우인이 오지 않자 장차 죽이려 했다는 내용이다.
공자는 우인을 칭송했다. 자기 신분에 맞지 않는 자리라고 생각해 경공의 초대에 응하지 않은 것은 마땅하다는 것이다. 맹자가 이 일화를 든 것은 제후의 초대를 기다리지도 않고 그를 찾아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맹자는 이로움이라는 기준에만 기대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미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로움만 갖고 말한다면, 여덟 자를 굽혀서 한 자를 펴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인가."(如以利 則枉尋直尺而利 亦可爲與)
야권 대선후보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를 두고 말이 많다. 여론 지지율에서 윤 후보에게 크게 밀리는 안 후보가 통 크게 양보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대의를 위해 안 후보가 왕척직심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안 후보 측에선 자질과 도덕성에서 안 후보가 앞서므로 안 후보가 구부리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맹자가 말한 의미는 과정이 정당해야 하고 그 결과도 바람직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더 좋은 정권교체'를 주장하는 데에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윤-안 단일화가 정권교체라는 동지(同志)와 화합에 의해서가 아니라 수 싸움과 압박에 의해 이뤄지면 표의 확장성은 제한적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왕척직심이 아니라 왕심직척(枉尋直尺)이 될 수도 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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