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경기도지사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판정승'을 거두고 한결 가볍게 대권행보를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의 '화학적 결합'만 이룬다면 순조로운 출발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지사는 경기도지사직을 언제쯤 내려놓을지 고심 중이다. 이 지사가 지금까지 지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감 때문이다. 야권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을 두고 이 지사에게 집중포화를 퍼붓자 국감장에서 직접 야권을 상대로 논리적 반박에 나서겠다는 게 이 지사의 전략이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난 18일 행안위 국감과 20일 국토위 국감이 모두 끝난 뒤 이 지사의 전략이 상당히 유효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지사가 민간 업체와 대장동 개발사업 협약을 맺을 당시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누락한 것에 대한 배임 공방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 지사가 우세하게 국감을 이끌어 갔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원래 송영길 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는 이 지사에게 경선에서 최종 후보로 낙점을 받은 뒤 곧바로 지사직을 사퇴하고 국감에 나서지 말 것을 제안했으나 이 지사는 국감장에 나서는 길을 택했다.
이 지사가 국감을 무사히 마친 터라 향후 이 지사가 언제쯤 지사직을 사퇴하고 본격적으로 대선후보로서 선거운동에 나설지 관심이 높다. 일각에서는 국감이 끝나는 이번 주 중으로 사퇴를 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으나 이 지사 측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함구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전날인 21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지사가 사퇴 시점을) 정했다"고 말했다가 사회자가 구체적 시점을 재차 묻자 "잘 모르겠다. 제가 알고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말을 아꼈다.
캠프에서도 정확한 일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고심 중인 상황"이라며 "늦어지면 다음 주 중반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지사가 확실하게 사퇴 시점을 정하지 못하는 것은 이 전 대표와의 '원팀 구성'이 요원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지사는 지난 20일 이 전 대표와 직접 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원팀 구성' 협의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특히 양측의 협상이 설익은 상태에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의 통화 사실이 먼저 언론에 공개돼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 역효과가 나기도 했다. 이 전 대표 측은 21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 20일 점심시간쯤 이 전 대표와 이 지사가 한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언론이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의 통화가 이뤄진 사실을 보도하자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이 전 대표와 이 지사는 통화를 통해 '양측 캠프에서 역할을 하셨던 분들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서로 협의를 하면 좋겠다' 정도의 의견을 나눈 것이 전부"라며 "추측과 확대 해석은 자제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재명 캠프도 "'국감 후 이재명-이낙연 통화했다'는 내용의 보도는 사실과 다름을 밝힌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 전 대표가 아직 '원팀'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이야기가 퍼지면 부정적인 영향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가 언제쯤 회동을 갖고 화학적 결합을 할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캠프에서는 이 전 대표와의 회동과 원팀 구성을 마무리한다면 경선 종료 후 누리지 못한 컨벤션 효과를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려면 지사직 사퇴 전 이 전 대표와의 회동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 이 전 대표와 회동을 해야 문재인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0일 국감을 모두 끝내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사직 사퇴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