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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의 정치사기] 욕설·협박에 항의 방문은 기본… 국회의장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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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의 정치사기] 욕설·협박에 항의 방문은 기본… 국회의장 잔혹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장은 극한직업이다. 2003년 3월 개정된 국회법에 따라 선출 후 당적을 버리고 균형감을 유지해야 하지만,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이들에게 중립은 허용되지 않았다. '친정'은 항상 편파적으로 국회를 운영해주길 바랬다. 여야 수장에게 협의를 요구하거나 소신대로 하면, 친정에서 원망이 가득한 시선을 받아야 했다. 간혹 'GSGG(개XX)'라는 욕설도 듣고, '끌어내리겠다'는 협박도 심심찮게 받았다. 항의 방문은 기본이었다. 국회법이 개정된지 21년이 지난 현재도 전혀 다르지 않다. 의장으로서 소신을 펼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제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김진표(재임 2022~2024년). 임기 내내 여야 협치를 강조했던 그는 친정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적지 않게 들었다. 거야인 더불어민주당에 노란봉투법 등 쟁점법안과 예산안 처리를 여당인 국민의힘과 협의해서 처리하라고 주문할 때마다. '민심을 저버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임기 말 '채 상병 특검법' 처리 문제를 두고는 큰 곤경에 처했다. 김 의장은 여야 합의 처리 원칙을 강하게 내세웠지만,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동원해 실력행사에 나섰다. 본회의를 열고 해당 법안을 직권상정(국회법 제85조에 따라, 국회의장이 지정한 법안 심사기간 내에 상임위가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는 권한)하지 않으면, 해외 순방까지 저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일각에서는 험한 말도 튀어나왔다.

심적 부담감이 컸던 탓일까. 결국 김 의장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채 상병 특검법을 직권 상정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나선 의원들에게 '삼권분립을 분명히 하고 입법권을 지키지 못했다'고 거듭 비난을 받고 있는 상태다.

제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정의화(재임 2014~2016년). 그는 역대 국회의장 중에서도 친정과 심하게 충돌했던 인물로 꼽힌다. 정 전 의장은 2015년 말 청와대와 새누리당으로부터 노동개혁법, 테러방지법, 경제활성화법을 직권상정 처리해달라는 압력을 줄기차게 받았지만 끝까지 못한다고 버텼다. 국회법상 의장이 직권상정하려면 '국가 비상사태'여야 하는 데 당시 상황을 그렇게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내가 성을 바꾸지 않은 이상 직권상정은 없다"라는 어록까지 남겼다. 이후 정 의장은 한동안 친정과 냉랭한 기류를 이어가다 2020년에 와서야 국민의힘에 복귀했다.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김형오(2008~2010년). 그는 재임 시절 직권상정 때문에 여야 모두에서 욕을 먹었다. 김 전 의장은 2009년 예산안 직권상정 요구를 받았지만 주저했다. 중립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해서 설득했고, 결국 김 의장은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친정의 실세였던 친이(친이명박)계는 "손에 흙 안 묻히고 정치적 멋만 부리는 스타일리스트"라고 비난했고, 민주당은 "행정부의 도우미, 청와대 꼭두각시, 바지의장"이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친정의 비난에 섭섭했던 것일까.여당이 이듬해 예산안, 노조법, 미디어법 등을 놓고 수차례 압박했는데, 그는 임기 마지막날 "직권 상정 때문에 엄청 욕 먹었고, 정치적으로 손해를 많이 봤다"며 "의장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고 쓴소리를 했다.


14대(1993~1994년)·16대(2000~2002년) 국회의장 이만섭. 그는 재임 중 '날치기' 압박을 가장 많이 받은 인물이다. 시작은 김영삼 정부부터였다. 그는 1993년 청와대에서 새해 예산법과 정당법, 안기부법, 통신비밀보호법 등을 원안대로 통과시켜달라는 요구에 직면했다.그러나 이 의장은 "(대통령도) 야당 총재 시절 날치기를 반대하지 않았나" 반론을 펼치면서 거부했다.
두 번째 의장을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1997년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연합 파트너' 자민련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어줄 국회법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했지만, 이 의장은 직권상정을 거부해 무효화시켰다. 결국 이 의장은 김영삼·김대중 대통령과 모두 척을 졌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우원식. 그는 최근에 선거에서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을 등에 업은 추미애 당선인(6선)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추 당선인의 개인 정치 스타일에 대한 재선 이상 의원들의 거부감과 함께 우 의원의 정치 성향이 예상밖의 승리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 의원은 민주당 내 계파 갈등 구도 속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온 김근태계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으로, 투쟁보다 협상을 중시하는 합리적 개혁성향으로 분류된다.

다만 우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 선거에서 보여준 모습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는 사뭇 다르다. 다른 후보들 못지 않게 '명심마케팅'을 벌이는가 하면, 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도 '민주당 정체성'을 강조했다. 국회의장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직면할 상임위 배분문제를 두고도 "여야 협의가 지체될 경우 직권상정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22대 국회 전반기에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 운영위원장을 맡겠다는 방침과 맞닿아 있다.

'설득과 중재의 적임자' 였던 우 의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그는 문재인 정부 첫 원내대표, 21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아 여야 간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의장으로서 역할도 마찬가지다. 역대 국회의장들처럼 잔혹사의 역사를 써내려가더라도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노선을 견지해야 한다. 그가 존경했던 고 김근태 전 의원도 그걸 바랄 것이다. 잔혹사를 벗어나 화합의 새 지평을 연 의장으로 역사에 기록되길 바란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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