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에서 냉랭한 부동산 민심을 확인한 터라 내년 대선 전까지 부동산 대책의 체감도를 높여야 한다는 절박감이 커지면서 급하게 규제 완화 카드를 제시하는 것이다. 다만 당정은 LTV 우대율을 올리는 것이 아닌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완화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0일 국회에서 정부 측과 비공개 당정 협의를 열고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이날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부동산 대출은) LTV 위주로 규제하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있다"면서 "지금도 실수요자 등 일정 계층은 LTV 우대 비율을 10%로 적용받는다. 우대 대상을 넓히는 게 (실현)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우대율 상향에 대해서는 "추가 상향은 쉽지 않다"면서 "현행 우대율은 10%포인트로 돼 있다. 추가로 (혜택) 대상을 넓히는 게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당정은 LTV 우대 혜택 대상 확대와 함께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도 완화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김 의원은 "국토교통부와 상의하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건 시일을 가지고 (논의 후)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현재 LTV는 생애최초주택구입 등 실수요자에게는 10%포인트를 추가해 산정하고 있다. LTV가 40%인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는 50%로, 조정대상지역은 50%에서 60%로 완화된다.
김 의원은 이날 직접 세 부담을 낮추는 종부세법 개정안과 재산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우선 종부세 공제액 기준을 공시지가 합산 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해 종부세 적용 대상을 줄이고, 1세대 1주택(1가구 1주택)의 경우 적용대상을 공시지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도록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1세대 1주택자들의 경우 상당수가 종부세를 내지 않게 된다 .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 역시 이날 세제 및 대출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 총리대행은 이날 국회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부동산과 관련해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집값 상승을 막을 대책 등을 정리해서 말씀해달라"고 주문하자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대책을 줄곧 강화해왔다. 다주택을 소유하고 주택으로 불로소득을 얻으려는 투기 억제대책도 추진하고 있다"면서 "큰 틀에서 정책 기조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민심에서 과도하다는 부분이나 현실과 맞지 않다고 하는 부분이 있어서 정부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홍 총리대행은 특히 무주택자나 1주택자 등 실수요자를 위한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홍 총리대행은 서 의원이 "무주택자와 청년들, 신혼부부들은 내집 마련이 멀어진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자 "정부는 무주택자와 1주택자가 집을 옮겨가는 것에 대해서는 세제나 대출상 제한을 가할 생각은 없다. 다주택자 또는 단기투자자를 대출이나 세제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라며 "실수요자의 대출 문턱을 더 낮출 게 있으면 살펴보겠다"고 했다. 부동산세 부담 증가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부동산 세제를 (개편)하면서 세수를 늘릴 생각은 없다"며 "그러나 정책을 하다보니 종합부동산세처럼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 제기되는 의견은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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