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양숙 서울대 교수팀, 유리지방산 암전이 기전 규명
지방산이 암세포 단백질 활성화해 간, 뇌까지 퍼져
국내 연구진이 지방세포의 지방산이 암 세포 전이를 가속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국연구재단은 전양숙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일본 요코하마국립대 연구팀과 함께 암 주위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유리지방산이 암세포를 자극하는 암전이 유발 기전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유리지방산은 지방세포에서 지방질 분해로 생성·분비되는 지방산으로, 세포의 에너지원 또는 대사, 성장을 위한 신호전달물질이다.
연구팀은 지방세포와 암세포가 직접 접촉해 자라도록 실리콘 소재 기반의 3차원 배양칩을 만들어 실제 생체환경과 유사한 암 미세환경을 구현했다.
3차원 배양칩에서 암세포와 지방세포를 적정 비율로 배양해 확인한 결과,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지방산이 인접한 암세포의 'HIF-1α'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HIF-1α는 다양한 유전자 발현을 유도하는 전사인자로, 발현이 증가하면 암 예후가 나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연구팀은 암세포와 지방세포를 함께 배양한 집단은 암 세포의 활발한 이동으로 인해 암세포만 배양한 집단에 비해 조밀도(세포 군집의 조밀한 정도)가 30% 가량 낮았다.
이에 반해 유리된 지방산을 화학적으로 제거한 경우 암세포 전이 능력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생쥐 모델의 암세포 형광 표지를 한 뒤 복강(결장)에 지방산을 주입하고, 암세포의 이동을 추적한 결과, 암세포가 결장에서 간, 뇌까지 퍼져 나간 것을 확인했다.
반면, HIF-1α를 억제하는 간섭 RNA 조각을 지방산과 함께 주입한 경우, 암세포 이동이 절반으로 줄어 들었다. 지방산에서 HIF-1α로 이어지는 신호가 암세포의 전이에 관여함을 동물모델을 통해 검증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전양숙 서울대 교수는 "비만이 암을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암 전이 억제를 위한 새로운 표적 지방산을 찾아 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생체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바이오 머티리얼스(지난해 12월 29일자)'에 실렸으며,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가 수행됐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전양숙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암 주위세포에 분비되는 유리지방산이 암세포 전이를 자극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림은 암세포와 지방세포가 인접한 3차원 암 미세환경 모델을 구축, 암세포 전이과정에 대한 개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