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한국방사광이용자협회장·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기고] 차세대 가속기, 초일류 과학국 토대 돼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008/2020081202102369660001[1].jpg "[기고] 차세대 가속기, 초일류 과학국 토대 돼야")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사업 추진 진행을 지켜보면서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하여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현재 방사광이용자협회 회장으로서 좀 늦었지만 먼저 환영의 마음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무슨 대형연구시설 건축의 추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으나, 국내 유일의 포항방사광가속기의 이용 현실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포항에 3세대 방사광가속기와 X-선 자유전자레이저로 알려져 있는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가 있는데, 이 2개 시설을 이용하려는 학교, 연구소, 기업의 연구자가 연간 약 6,500여명에 달하다보니 방사광가속기 시설 이용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3세대의 경우 1년에 3번 연구계획서를 접수하고 심사를 거쳐 정해진 일정 기간에 실험하도록 되어 있다. 이 때 경쟁률(실험일수 기준)이 평균 약 2:1이지만 경쟁률이 높은 실험의 경우 4:1까지 치솟는다. 4세대의 경우는 평균 3:1이 넘는다.
이런 이유로 지속적인 빔타임 부족으로 경쟁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하고, 선도적인 기초·원천기술 연구, 그리고 첨단 산업 육성을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새로운 방사광가속기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고, 금년에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건설에 필요한 예비타당성조사가 시작됨에 따라 그 염원을 이루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이제 어렵게 추진되기 시작한 차세대 방사광가속기가 국가과학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연구자와 기업 등이 잘 활용하여 세계적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논쟁보다는 관련 국내 역량을 결집하여 성공적인 건설이 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먼저 방사광가속기 빔라인 설계 시에 이용 수요의 반영과 이를 위한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중요하다. 방사광가속기 건설은 크게 원하는 빛을 안정적으로 발생시키는 가속 장치 건설과 이를 활용하는 실험 장치를 포함한 빔라인 설계·구축으로 진행되는데, 이중 빔라인은 이용 연구 분야에 적합한 사양의 빛을 시료까지 잘 전달하여 원하는 특성을 측정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현재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이런 빔라인을 최대 40기를 구축할 계획으로 이용자 수요를 잘 반영하여 최고의 성능으로 구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를 위해 방사광이용자협회도 차세대방사광위원회를 구성하여 해외의 사례를 분석하고 실험 장치와 연구 분야에 따른 빔라인의 요구사항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여 최적화된 안을 도출하기 위해 중지를 모으고 있다. 아울러 다양한 이용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최적화와 수월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장치의 구축을 포함한 가속기 분야와 물리, 화학, 생명, 재료, 전자 등의 이용 분야, 제어 장치와 분석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협업이 잘 될 수 있도록 건설과 운영 주체의 리더십과 학계와 산업계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방사광가속기는 국제적 협력 네트워크의 활용과 운영시스템의 선진화를 통해 구축과 활용의 혁신을 달성해야 한다. 방사광가속기 분야는 세계 각국의 선의의 경쟁도 있지만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국제적인 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다. 따라서 차세대 방사광가속기의 목표를 세계최고의 대형 연구 시설로 구축·운영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잘 구축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정보 공유와 상호 협력을 통해 방사광가속기 시설의 구축과 활용 면에서 개방형 혁신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운영시스템의 선진화를 통해 산업체와 시료에 대한 반복 분석을 요구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자동화를 구축하고, 빔라인 실험운영 인력을 확대하여 활용 효율을 높여야 한다. 더불어 미래를 선도할 새로운 측정 기술의 개발을 위해서는 우수한 연구인력이 창의적인 사고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율성이 보장된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러한 방사광가속기는 일반 실험실에서는 할 수 없는 첨단의 실험과 연구 수행을 통해 반도체 소재 분석부터 새로운 생명 현상의 규명과 신약 개발을 위한 단백질 구조 분석 등 다양한 산업에 핵심적으로 활용되는 대형 시설이다. 청주에 새로 건설되는 차세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최첨단의 측정기술을 제공하여 국내 기초과학과 산업체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자, 전기 및 2차 전지 기술 등 산업 분야가 이제는 추격형에서 벗어나 선도형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차세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가 기초과학 분야와 산업에 활용하는 데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 향후 30년 이상 사용될 방사광가속기를 정부 주도로 책임있게 잘 구축하여 세계 초일류의 국가과학연구시설의 일환으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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