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리쇼어링'(기업 유턴)을 강조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리쇼어링 정책을 강화해 해외로 나간 국내기업의 복귀는 물론 외국기업 투자 유치까지 해보겠다는 것이었다. 리쇼어링은 정부가 제조업 부흥을 위해 내건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의 가장 큰 축이지만, 정작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2013년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이 시행된 후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로 복귀한 유턴기업은 74곳에 불과했다. 한 해 평균 10곳 수준이다.
정부가 기업 유턴을 늘리기 위해 지난 3월 유턴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했지만, 여전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이 악영향을 받고 있지만, 국내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기업은 거의 없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하반기 기업 경영환경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외사업장 국내 복귀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1.2%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주요 소재·부품·장비 공급 중단으로 낭패를 본 현지 기업들도 유턴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업은 꾸준히 늘고 있다. 구자근 미래통합당 의원이 수출입은행에서 받은 해외직접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해외로 나간 기업 수는 12%나 증가했다. 대기업은 2017년 552개에서 2019년 691개로 늘었고, 중소기업도 2017년 1834개에서 2019년 2056개로 증가했다.
리쇼어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유턴기업에 법인세, 관세, 입지, 설비보조금, 유턴고용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총 지원금은 오히려 매년 감소 추세다. 유턴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현황을 보면 2014년 45억원, 2015년 36억원, 2016년 62억원으로 늘었다가 2017년 37억원, 2018년에는 6억원으로 확 줄었다.
해외 진출 기업들이 국내로 복귀하지 않는 이유로는 '기업 규제'가 가장 많이 거론된다. 유턴기업 보조금은 일시적이고 선정요건도 까다로운 데다, 인건비가 높은 국내 노동시장 특성상 규제 완화와 같은 확실한 인센티브가 따라줘야 한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명목으로 수도권 입지규제(공장총량제)를 두고 있는데, 정작 지역 여건이 매우 열악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지역 산업단지는 설비 노후화에 따른 경제성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노후화한 산업단지를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해 리쇼어링 중심지로 만든다는 복안이지만, 정작 스마트공장 구축과 유지·보수를 위한 지원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