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위수 기자]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된 가운데 장마가 장기화될 조짐이어서 정유사들이 휘발유·경우 등의 국내 수요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유업계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정제마진의 약세로 석유 제품을 '팔수록 손해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수요 재침체를 최악의 상황으로 보고 있기 ？문이다.
5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석유정보 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3910만8000배럴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4%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경유 소비량은 7% 감소해 8016만7000배럴로 집계됐고, 항공유 소비량은 1159만8000배럴로 40% 급감했다.
우리나라 정유업체들의 수익구조에서 내수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45%가량이며,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 중 휘발유·경유·항공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상반기 이 제품들의 소비가 감소한 점은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정유업계에서는 석유제품의 소비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올 3분기를 본격적인 반등 시점으로 보고 있었다.
국내 석유제품의 수요는 궤도를 찾고 있던 차였다. 실제 국내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등 조치가 진행된 4월 저점을 찍은 후 국내 석유·경유 소비량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세를 이어 코로나19의 여파로 휴가철 국내여행이 활성화되며 7~8월 휘발유·경유 등의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역대 최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장마가 시작되며 석유제품 소비 회복에 차질이 생길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휴가철에 휘발유·경유 등 제품수요 회복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최근들어 날씨가 좋지않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석유제품의 수요가 증가한다고 해도 팔수록 손해보는 상황은 여전하다.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정제마진은 7월 5주 기준 배럴당 -0.1달러로 나타났다. 통상 배럴당 4~5달러가 넘어야 정유사들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재로서는 손해를 보며 제품을 팔고 있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10월 3주부터 딱 한번 4달러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 4달러를 밑돌고 있다.
많이 팔면 팔수록 손해가 커지는 셈이지만, 정유업계에서는 제품을 팔지 못하는 상황보다는 손해를 보더라도 많이 팔 수 있는 상황이 낫다고 설명한다. 정유사들이 석유수급처와의 계약에 따라 고정적으로 들여오는 원유가 있어 수요가 쪼그라들 경우 원유 저장공간이 부족해지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 내수가 받쳐주지 않아 남는 물량에 대해서는 수출로 '밀어내기'를 해야 하는데, 이 때는 당장 판매하는게 중요해 제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마진 악화로 이어지는 셈이다. 정유사들이 수요 침체를 최악의 상황으로 꼽는 이유다.
정유업계 다른 관계자는 "올 상반기 정유사들의 경영악화에도 국내 수요 침체가 큰 영향을 미쳤다"며 "마이너스 정제 마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가 부진하게 되면 손익상 더 불리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위수기자 withsuu@dt.co.kr
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한강이 황토색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