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동 정경부 금융팀장
![[DT현장] `빅테크 금융` 감독 공백](http://contents.dt.co.kr/images/202007/2020070702102269065001[1].jpg "[DT현장] `빅테크 금융` 감독 공백")
금융위는 이미 지난달 간편결제 선불 충전·이용한도를 2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으로 늘려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간편결제 서비스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이 가전제품에서 중고차 등 내구재로까지 확대된다는 뜻이다. 이뿐이 아니다. 연내에는 전자금융거래법을 전면 개정해 결제자금이 없어도 결제를 지시할 수 있고, 은행계좌를 연결하지 않고도 전자금융업자가 직접 계좌를 발급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꾼다. 이렇게 되면 '네이버통장'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나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 한도 논란은 해프닝에 불과해진다.
전자금융업(MyPayment)이 도입되면 네이버페이는 고객의 지시에 따라 연동된 은행 계좌에서 지급결제를 처리할 수 있다. 네이버페이가 종합지급결제사업자(MyData) 인가까지 받으면 은행과의 제휴없이도 독립적인 계좌를 발급할 수 있다. 네이버페이에서 자금이체도 가능하고 금융상품을 추천받아 가입할 수도 있다. 은행없는 은행(Banking without banks)이 펼쳐지는 셈이다.
디지털금융 활성화 방안에는 디지털금융 이용자 보호방안도 담겨 있다. 해킹 등의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전자금융사가 1차 책임을 지고, 디지털 금융보안 강화 방안도 추진한다. 고령층이나 디지털 금융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은 연례경제보고서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방식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데이터 확보를 대가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새로운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어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용자 입장에서 빅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저렴한 서비스는 편리하지만, 경쟁 부족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혁신을 저해한다고도 했다. 금융혁신 차원에서 빅테크 기업을 끌어들이려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도 최근 한 모임에서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이슈를 제기했다.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빅테크 쏠림 현상이 강화되고, 빅데이터 독점 활용과 인수합병(M&A)을 통해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는 등 경쟁 저해 행위가 일어날 수 있는 우려다. 그는 기존 금융회사와 비금융 전자금융회사 간 데이터 개방에서의 불공정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네이버 이용자(월 3800만명) 중에서 네이버페이를 통한 월간 결제자 수는 약 1200만명으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네이버의 압도적인 검색시장 점유율(72%)을 감안하면 네트워크 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는 이미 해외에서 금융사업을 벌여본 경험도 있다.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는 라인(LINE) 이사회 의장으로 라인 산하의 금융사업을 사실상 지휘하고 있다.
네이버는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 대상 기업 집단으로 지정됐다. 당시 이해진 창업자는 '동일인' 지정을 피할 목적으로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듬해 3월에는 네이버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럼에도 라인 지분을 늘리고 라인 이사회 의장으로 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라인은 라인 파이낸셜 등을 통해 태국, 대만 등에서 은행업에 진출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일본에서 만든 라인 페이와 라인파이낸셜의 한국판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와 일본 라인과의 거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대상에서도 벗어나 있다. 지난해 말 체결된 라인과 소프트뱅크와의 경영통합이 마무리되면, 라인은 네이버의 연결 자회사에서도 빠진다. 네이버와 라인 관계에 대해 공정위가 개입할 여지가 없어진다고 볼 수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 계획을 밝힌 상태다. 네이버가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되면 은행·보험·여신전문금융·금융투자 등 금융업 인가없이 금융업에 진출하게 된다. 그런데 데이터를 통해 금융과 비금융을 넘나드는 네이버를 감독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김현동기자 citize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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