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이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를 살린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외국계 대형 사업자와 사치품 등 엉뚱한 곳에 소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18일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은 "국민의 일반적 감정과 배치되는 부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18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1주일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현금 지급 대상인 취약계층 총 286만가구 중 285만9000가구(99.83%)에 1조3005억원이 지급됐다.
지난 11일부터 일반 가구 대상 신용·체크카드 신청을 받은 결과, 모두 1140만1000가구에 7조6117억원이 지급됐다. 현금지급 대상 가구와 합하면 전체 가구수 2171만가구 중 65.7%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이미 받았다. 전체 지원금 예산 14조2448억원 중 62.6%가 사용됐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세대주가 신청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혼이나 세대주가 행방불명인 경우 등 세대주 신청이 곤란한 가구에 대한 이의신청 건수도 계속 늘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세대주 신청이 어렵다며 이의를 제기한 건수는 지난 15일 18시 기준 약 6만8500건에 달한다.
주로 이혼·별거 등 가구분리를 신청한 경우가 많았다. 세대주가 행방불명·해외체류 등으로 신청이 어렵거나, 가정폭력·성폭력·아동학대 등 피해자가 세대주와 따로 신청하는 경우, 입양 전·시설거주 아동의 아동복지법상 대리양육자가 신청하는 경우에도 세대주의 위임장 없이 이의신청 만으로 지원금을 수령할 수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 대해선 혼선이 여전하다. 전 국민에 지원금을 지급해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 등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취지였으나, 외국계 대기업인 스타벅스·이케아 등이 규제에서 빠져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백화점에선 사용할 수 없도록 했지만, 백화점 밖에 위치한 해외 명품 플래그십 스토어 등에서는 쓸 수 있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에 대해 윤종인 행안부 차관은 "사용처 간에 형평성 논란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떤 가맹점을 넣고 뺄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수 활성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처를 무작정 보수적으로 제한할 수만은 없어 정부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윤 차관은 "귀금속의 경우,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제한 업종이지만, 일부 액세서리점에선 쓸 수 있는 등 사안별로 하나하나 판단해야 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며 "사용처를 너무 줄이면 소비 진작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어디를 빼고 추가할지 아직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이 1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