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반토막'·내수 '소비 절벽'
성장률도 최악상황에 제자리 수준
정부 성장률 하향조정폭 관심
성장률도 최악상황에 제자리 수준
정부 성장률 하향조정폭 관심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경제가 '3대 절벽'에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수출 실적이 '반 토막' 났고, 내수는 소비 절벽에 직면했다. 고용 환경 악화에 실직자는 사상 최대 폭으로 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6월 초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애초 제시했던 경제성장률(2.4%)을 대폭 낮출 예정이다. 국내외 주요 경제전망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0% 안팎으로 '제자리'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정부 고위관계자는 "성장률을 얼마나 조정할지 모델 등을 돌려보며 검토하고 있다"면서 "원래 정부가 통상 성장률을 전망하는 시기보다 한 달을 앞당겨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애초 정부가 작년 말 제시했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4%이지만,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에 따른 타격으로 1분기 경제성장률은 직전 분기보다 -1.4%로 떨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다.
국내 경제는 안팎에서 '적신호'가 들어온 상태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은 69억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46% 이상 감소했다. 열흘 치 지표지만, 현 추세라면 금융위기 때 역대 최대 하락 기록(2009년 1월 34.5%)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된다. 휴일이 많아 작년보다 조업일수가 1.5일 줄어든 5일이었다는 점을 반영해도 코로나19에 따른 수출 하락세는 분명하다. 조업일수 차이를 반영해도 1일 평균 수출액 감소율은 30.2%에 달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지난 3월 -6.4%에서, 4월엔 -17.4%, 5월은 -30.2%로 감소 폭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소비자 지갑도 닫혔다. 신용카드 승인액은 지난 4월까지 2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3월 4.3% 감소로 29개월 만에 줄어든 신용카드 승인액은 4월에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는 2004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백화점 매출은 5개월 연속 감소했다. 기획재정부가 소비 속보 지표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사상 최초다. 대형마트 등 할인점 매출은 2012년 6월 이후 95개월 만에 3개월 연속 줄었다.
각종 경제 상황 악화는 실직자 증가로 그대로 드러났다. 미래통합당 추경호 의원이 통계청의 2000년부터 2020년까지 4월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4월 실직자 수는 207만6000명으로 실직 시기를 조사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가 악화한 경제 지표를 고려해 얼마나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할지 주목된다. 4월 이후 국내외 주요 경제전망기관이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0% 안팎이다. 다만 국제기구나 해외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마이너스'를 전망하는 기관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과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어느 정도로 내릴지도 관심사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산발적 집단감염 수준에 머물 경우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 수준으로까지 하향 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던 2009년 2월에 그해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2009년 실제론 0.8% 성장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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