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국내 대기업을 돕지" 일침
지원금, 시장에선 체감효과 미미
취급품 따라 상점별 희비갈리기도
식자재 "숨통" 분식점 "모르겠다"
"생존 위기인데…언발에 오줌누기"
지원금, 시장에선 체감효과 미미
취급품 따라 상점별 희비갈리기도
식자재 "숨통" 분식점 "모르겠다"
"생존 위기인데…언발에 오줌누기"
이슬기기자 9904sul@
"왜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이케아 배만 불려줍니까?"
17일 점심시간 무렵.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수영복 등 스포츠 용품을 파는 김모 씨(46·남)는 "'지원금' 단어만 들어도 짜증이 난다"며 손을 저었다. 남대문에 지원금으로 수영복을 사겠다는 이가 드물다는 게 김 씨의 지적이었다.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이 국민 손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정작 상가 상인들의 입장은 희비가 엇갈렸다.
"그나마 낫다"는 이들과 "이게 뭐하는 짓이냐"는 입장이 극명하게 나뉘었다.
두 입장 모두 "언 발에 오줌 누기식으로 부양의 효과를 체감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이케아 등의 대기업 혜택에 대해서는 "우리 세금으로 실행하는 정책의 혜택을 외국계 대기업이 본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편 나뉜 상인들 = 이날 남대문 시장은 그나마 상가를 찾은 고객들로 붐볐다. 코로나 19 사태가 약화한 데다 지원금까지 풀리면서 상가를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이 늘어난 고객들의 발길이 남대문 상가 곳곳을 찾는 것은 아니었다. 자연히 상인들의 한숨의 무게도 달랐다. 일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일부는 땅이 꺼질 듯 깊은 속병이 담긴 한숨이 이어졌다.
이날 분식점을 운영하는 박명옥(61·여) 씨도 "지원금 덕을 못 보고 있다"며 "더군다나 '이태원 사태'가 터지면서 다시 매출이 줄고 있다"고 고개를 떨궜다. 실제 남대문 상가에서 분식점, 수영복 등 스포츠 용품 판매점 등의 상가에는 늘어난 고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 수영복 등 스포츠 용품점을 운영하는 김옥자(65세·여) 씨는 "당장 정부에서 체육관 같은 시설은 다 문을 닫으라고 해놨는데, 저처럼 스포츠 용품을 다루는 곳이 장사가 되겠느냐"며 "무조건 돈만 푼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정책 좀 신중하게 세워달라고 정부에 꼭 전해달라"고 했다.
그나마 나은 곳이 남대문 상가 중앙통과 식자재, 의류 등을 취급하는 상점들이었다. 양말 등 잡화류를 파는 전은수(58·여) 씨는 "코로나19로 매출이 80% 가까이 줄었다가, 최근에는 지원금을 쓰려는 손님들이 좀 오는 편"이라면서도 "여기가 중앙통이다 보니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 언발에 오줌 누기인데 이케아는 왜 돕나 = 그러나 이날 남대문 시장 상인들은 한결같이 "반짝 늘어난 고객만으로는 소비 진작의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남대문시장에서 35년째 생선 가게를 운영해 온 임민자(65·여) 씨는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매출이 반의 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지원금이 풀린 지금도) 그다지 매출이 늘어났다는 체감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상인들의 화를 돋구는 것은 해외 가구 전문매장인 이케아에서 지원금이 쓰인다는 사실이다. 이케아가 유통산업발전법상 가구전문점으로 분류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화점 같은 대형 유통업체에 입점하지 않고, 단독으로 들어선 명품 매장은 물론 성형외과에서 쓰는 것도 가능하다.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은 스타벅스 등 일부 대기업 계열사 매장에서도 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상태다. 한 상인은 "차라리 우리 대기업이나 돕지 왜 해외 대기업을 돕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 지원금 사용 끝나면 어쩔 것인가 = 남대문 상인들은 물론이고 전국 각지의 골목상권 상인들은 지금보다는 오히려 앞으로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기한인 8월 말까지야 사정이 좀 나아질 수 있더라도, 그 이후는 다시 막막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남대문에서 식자재를 다루고 있는 상인 박모(45)씨는 "코로나19로 매출이 90% 가까이 쪼그라들었는데, 정부마저 안 도와주는 기분"이라며 "지원금 효과도 적은데 그 지원금 효과마저 끝나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답이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울 남대문 상가는 그나마 전국에서 찾는 이들이 적지 않은 곳이다. 전국 각지 골목 골목의 작은 상가의 상인들은 가슴은 코로나 19의 충격에 막막하기만 하다.
대전 중구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에서 삼겹살 가게를 운영하는 임모 씨(50·남)는 "요 며칠간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묻는 손님이 꽤 있었다"면서도 "코로나19로 반 토막 난 지난 수개월 간 매출을 메꾸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했다. 남대문시장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장연화(38·여) 씨는 "어차피 지원금은 3개월 안에 다 써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결국 8월 이후에는 손님들이 줄면서 시장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김동준·은진 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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