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0.4% 디플레 전운
美中무역전에 日경제보복 겹쳐
수출까지 10개월째 하락폭 키워
KDI·韓銀 성장률 하향 전망 속
정부 "내년엔 더 좋아진다" 낙관
美中무역전에 日경제보복 겹쳐
수출까지 10개월째 하락폭 키워
KDI·韓銀 성장률 하향 전망 속
정부 "내년엔 더 좋아진다" 낙관
실체 드러낸 'R의 공포'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 가 실체로 다가왔다.
1%를 밑도는 저물가가 지속되더니 결국 물가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전년 동월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지속) 경고음이 울린지 오래됐다.
외풍은 더 거세다. 미중 무역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고 일본 보복으로 인한 상처도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는 포치(7%를 밑도는 성장률)에서 포리우(6%를 밑도는 성장률)로 날개없는 추락 중이다.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갈등도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다. 이에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 디플레이션 우려 고조=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1%대에 이어 올해 들어선 1월부터 0.8%로 0%대를 기록하더니 7월까지 줄곧 0%대에 머물렀다. 급기야 8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0.038%로 '사실상'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9월엔 -0.4%로 '사실상'이라는 수식어마저 떼어 버린 명실공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가 경제의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디플레이터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GDP디플레이터는 국내총생산을 구성하는 소비, 투자, 수출입과 관련된 모든 물가지표를 포함해 산출한 물가지수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GDP디플레이터의 전년 동기 대비 등락률은 -0.7%였다. 작년 4분기 -0.1%, 올해 1분기 -0.5%에서 2분기 감소율이 더 커졌다. GDP디플레이터가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인 건 외환위기 이후 20년만에 처음이다.
그래도 정부는 낙관적 분석만 쏟아낸다. 통계청 관계자는 "마이너스 물가는 고교 무상교육 정책과 농산물 가격 기저효과 등 정책적·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보다 4.4포인트 상승하는 등 소비부진으로 인한 디플레이션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책연구기관인 KDI를 비롯해 민간 연구기관들은 단기 공급측 요인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소비와 투자 등 수요 측면의 침체가 물가를 끌어내리는 주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한은은 내년 물가상승률을 1.3%, KDI는 1%대 초반, 현대경제연구원 1.0%, LG경제연구원 0.8%, S&P 1.2%, 암로(AMR0) 1.1% 등으로 전망했다.
◇수출 동력 잃어가= 그나마 버팀목이 됐던 수출은 더 암울하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수출(통관 기준)이 전년 동월 대비 11.7% 줄어든 447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수출은 작년 12월 이후 10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가장 큰 원인은 작년까지만 해도 초호황이었던 메모리반도체가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출량과 수출단가가 모두 하락한 탓이다. 여기에 주력 수출품목인 석유화학을 비롯해 조선, 자동차, 철강 등 대부분 품목 수출이 둔화세를 겪고 있다.
주력 수출품목 부진에 더해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이 크게 감소했고,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수출이 위축됐다. 여기에 중국,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경기 둔화도 우리나라 수출 감소에 한몫했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미미해 대외 주요 변수는 아니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진행된 7∼9월 대일 수출은 4.1%, 수입은 8.4% 감소했다. 다만 이는 올해 들어 월평균 수준이고 무역수지 또한 월별 적자 규모(10억∼20억달러)와 비슷해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박태성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수출이 언제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냐는 질문에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와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한 업황 부진이 얼마나 이어질지에 좌우된다"며 "현재 미중 간 무역 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반도체 수급도 상반기보다는 개선되는 상황이라, 내년 초로 가면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서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출이 늦어도 내년 하반기 플러스로 돌아선다고 해도 두자릿수로 크게 증가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세계 경제가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김승룡기자 s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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