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100%에 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n Swine Fever)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경기도 파주에서 발생했다. 중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에 이어 한국도 축산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정부는 발생농장 살처분과 함께 이동중지 명령(standstill) 발령 등 강력한 초기 대응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오전 6시 30분 경기도 파주시 연다산동 소재 한 돼지 농장을 ASF 발생 농가로 확진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해당 농장은 지난 16일 오후 6시께 어미 돼지 5마리가 폐사하자 검역 당국에 ASF 의심 신고를 했다. 신고 직후 경기도 위생시험소 가축방역관이 출동해 사료를 채취했으며,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정밀검사한 결과 폐사한 5마리 중 2마리가 ASF 양성으로 확진됐다.
이에 농식품부는 해당 농장과 농장주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 2곳의 돼지 3950마리를 살처분 하기로 했다.또 해당 농장 출입을 통제하고 인근 다섯 곳에 통제 초소 15개소와 거점 소독시설 16개소를 운영키로 했다. 해당 농장 인근 3㎞ 이내엔 돼지 농장이 없지만, 3~10㎞ 거리에서 19개 농장에서 1만8380마리의 돼지를 사육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발생 농장과 농장주 소유 2개 농장의 돼지 3950마리 살처분을 오늘 중으로 완료해 초동 방역조치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장관은 "발생농가 반경 3km 이내에 위치한 양돈농장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반경 10km 이내의 양돈농가에 대해서는 정밀검사 통해 발생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발병 확정 직후 아프리카돼지열병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단계로 격상했다. 오는 19일 오전 6시30분까지 전국 6309곳 돼지 농장과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차량 등에 대해 '일시이동중지명령'(Standstill)도 발령했다. 농식품부는 확진 이후 일주일가량이 가장 위험한 시기로 보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ASF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돼지에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다. 질병 잠복기는 3일에서 최장 21일로 급성형의 경우 치사율이 100%에 달한다. 백신도 개발되지 않아 대다수 국가에서는 이 질병에 감염된 돼지를 살처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생한 이후 몽골·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 등으로 확산했으며, 이달 9일에는 필리핀에서도 ASF 발생이 확인됐다.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경기 파주에서 발생한 17일 오전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농식품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