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버스 준공영제 운영을 공언하면서, 향후 세금 낭비를 방지하기 위한 경영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장 서울시만해도 현실에서 버스 승객은 매년 줄고 있는데 준공영제로 인한 업체 지원금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혈세 지원을 받아 흑자를 유지하는 업체들이 순이익 70%를 배당에 쓰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배당액 대부분은 소수 주주에게 집중돼 있다. 결국 시민 주머니에서 나온 혈세가 버스회사 오너들의 배를 불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9일 서울시가 시내버스 업체에 지급한 재정지원금은 2016년 2771억원, 2017년 2932억원, 2018년 5402억원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2004년 준공영제 도입 이후 시가 지원한 금액은 3조7155억원, 한 해 평균 2477억원에 달한다.
반면 서울의 시내버스 하루 평균 이용객은 2016년 428만명, 2017년 420만명, 2018년 407만명으로 줄었다.
사람들이 통행할 때 하루 중 이용하는 교통수단의 분포 비율을 뜻하는 교통수단분담률에서도 버스는 2013∼2017년 27.1%, 27.0%, 26.5%, 26.1%, 25.1%로 꾸준히 밀려나는 모습을 보였다.
버스업체는 운영은 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다. 2017년의 경우 서울 시내버스 1인당 수송원가는 1015원이었는데 평균 운임은 827원에 불과해 승객 1인당 188원이 '적자'였다. 이 적자를 보전해주기 위해 서울시가 준공영제를 시작한 2004년 7월부터 지금까지 준 지원금은 3조7155억 원에 달한다.
결국 세금으로 흑자를 내는 구조인 셈이다. 그런데 이 흑자가 버스 회사 재투자에 들어가기 보다 배당을 통해 대주주 주머니로 흘러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재된 서울 시내버스 41개사의 2018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5개 회사가 지난해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시내버스 회사는 모두 65개사로, 감사보고서를 공개한 41곳은 외부 감사 대상이다.
배당금 지급 업체의 현금흐름표상 배당금 지급액은 총 197억원이었다. 업체별 지급액은 2억6000만∼25억6000만 원, 평균 지급액은 7억9000만 원이었다. 5억 이상∼10억원 미만을 지급한 업체가 14곳으로 가장 많았고, 10억원 이상이 6곳, 5억원 미만이 5곳이었다.
이들 회사의 절반 이상(15곳)은 주주가 5명 이하였다. 특히 최대주주(특수관계자 포함)가 배당액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회사가 11곳에 달했다. 주주 현황을 공개하지 않은 2개 회사를 제외한 23개사 분석 결과다.
지난해 배당이 이뤄진 업체들의 특징은 높은 배당성향이다. 25개 버스업체의 배당성향은 평균 68.8%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상장사 평균(코스피 34.9%, 코스닥 31.0%)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배당성향 100% 이상, 즉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을 결정한 회사도 4곳이나 됐다.
결국 준공영제를 시행하면서 버스회사는 차려만 놓으면 돈을 버는 이상한 구조가 된 것이다. 이에 "혈세 낭비를 줄이기 위해 차라리 공영제로 운영하자"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버스 정상 운행 중'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파업 돌입 직전 서울 시내버스 노사협상이 타결된 15일 오전 서울역버스환승센터에서 버스들이 정상 운행되고 있다. 2019.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