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송구" 대책없이 반성만
시급 과제 민간투자 활성화라며
법인세 폭탄·세액공제 감면 축소
"기업 발목 잡고 경제 살길 바라나"
시급 과제 민간투자 활성화라며
법인세 폭탄·세액공제 감면 축소
"기업 발목 잡고 경제 살길 바라나"
연합뉴스
'속 빈' 경제활력대책회의
역성장 쇼크로 수출과 소비, 생산 등 경제 전반에서 침체의 늪이 깊어질 것이라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성장률 하락 속도가 빨라지는 데도 정부 대응이 굼뜨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경제계는 10년 만에 최악 수준인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0.3%) 발표가 나온 뒤 정부가 처음으로 연 29일 경제활력대책회의가 "알맹이 없는 회의였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경제활력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수출과 투자의 동반 부진으로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0.3%로 나타난 데 대해 "경제부총리로서 송구스러우며, 어느 때보다도 지금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민간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차원의 민간투자가 계속 일어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책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방침이다. 또한 민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업종별 대책을 5∼6월 중 집중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민간 경제계는 정부의 이 같은 대책에 대해 소득주도성장, 질 좋은 일자리 급감과 소비 둔화의 악순환, 설비투자 축소와 기업의 해외 탈출 러시, 재정주도 성장의 난맥상 등 근본적 환부를 도려내기 위한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턱없이 안이한 인식이라고 지적한다. 추가 성장률 하방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성장률을 높이는 수단을 입체적으로 동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높아진 법인세율, 2013년부터 대기업을 타깃으로 진행돼온 각종 세액공제감면 축소, 최저한세율 인상 등이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며 "이번 경제활력대책회의 주요 내용에 무너지는 설비투자 감소세를 막고 기업 투자 의욕을 살릴 세제 개편 방향 등 뚜렷한 해결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부문의 과감한 감세로 소비 위축을 막고, 기업 투자 여력을 높이지 않을 경우 설비 투자와 소비의 동반하락을 되돌리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산업은행 조사 결과, 올해 기업의 국내 설비투자는 지난해보다 11조5000억원 줄어든 170조원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경기 둔화 영향과 반도체 단가하락 등의 악재가 중첩하면서 투자 위축은 예상보다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6일 "현 경제 상황을 엄중히 볼 필요가 있다"며 "경제성장의 엔진인 기업투자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진단한 바 있다. 정부가 정확한 경제 현실 인식으로 기업 생태계가 요구하는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중국이 제조업의 자급률 제고를 통한 수입대체를 적극 추진하면서 최근 한국의 대(對) 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일본도 산업 혁신기구를 통해 입체적인 투자 지원에 나서면서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있는 반면 한국의 투자 촉진 대책은 미온적이라는 분석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추가경정예산 등 정부 주도의 성장률 제고 노력도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편성한 추경이 민간투자 활력을 높이는 마중물 역할을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그간 반도체 호황 그늘에 가려있었지만 성장률 추락의 이면에 투자축소와 소비 둔화, 제조업 위축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었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얘기다.
학계도 정부주도 성장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박정수 서강대 교수는 최근 한국경영학회·한국경제학회·한국정치학회가 공동주최한 토론에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부동산 시장 규제처럼 직접적인 개입을 통한 정책 수단을 사용되는 등 국가주의적 개입과 규제가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한국의 현 단계 경제 수준을 보면 정부가 되레 정보 접근과 확보 등에서 민간에 뒤떨어지기 때문에 시장 복잡성을 이해하는 것이 힘들다는 점을 꼽았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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