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중앙은행 양적완화 탓
한국은행은 8일 '2018년 12월호 조사통계월보 논고'에 실린 '국내외 장기금리의 동조화 원인 및 시사점'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저물가가 장기간 지속하면서 장기금리가 선진국과 동조화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금융위기 이후 한국과 선진국 장기금리 사이 상관계수는 상승했으나 재정위기국가 및 신흥국과의 상관계수는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럽 국가와의 동조화가 높아졌다. 한국과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 상관계수는 금융위기 이전에 0.77에서 이후 0.96으로 올랐다. 이외에 프랑스 캐나다 역시 각각 0.78, 0.75에서 0.94, 0.92로 늘었다.
반면 신흥국과의 상관계수는 위기 이전 0.32에서 위기 이후 0.08로 낮아졌다. 재정취약국과의 상관계수 역시 같은 기간 0.74에서 0.59로 떨어졌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장기금리에 대한 공통요인 설명력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장기금리의 동조화 원인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대규모 장기국채 매입 등 양적완화 정책 때문이다. 금융위기 당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장기국채를 대거 매입해 시장에 돈을 풀자 장기금리에 붙는 기간 프리미엄이 하락한 것이다. 기간 프리미엄은 장기채권을 보유하는 데 따른 추가적 보상을 말한다.
장기금리에 영향을 주는 기간 프리미엄이 하락하며 유럽과의 금리 동조화가 높아졌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또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저성장·저물가가 장기간 유지되면서 국내외 정책금리가 낮게 유지된 점도 장기금리 동조화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물가상승률이 주요 선진국과 같이 장기간 물가목표를 하회하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한국과 주요국 간 인플레이션 상관계수가 높아진 것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의 경우 미국(0.64)보다 유로지역(0.74)과 상관계수가 높게 나타나 미국보다 유로지역과 강하게 동조화된 모습이다.
선진국 수준의 양호한 대외건전성이 마련된 것도 국내 장기금리가 주요 선진국과 발을 맞추게 된 요인이다. 한국은 2014년 이후 대외금융자산이 대외금융부채를 초과하는 대외 순채권국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 안정적으로 유입했고 이는 국내외 채권시장간 연계성을 높이게 된 점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성병묵 한은 통화정책국 통화신용연구팀 과장은 "최근 미국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이 국내 장기금리에 미친 영향은 유럽 장기금리가 받은 영향과 유사하다"며 "유럽중앙은행(ECB) 등 미국 이외의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할 때 선진국 장기금리가 오르면 국내 장기금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은애기자 eun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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