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정부가 주행 중 잇단 화재사고에 휘말린 BMW 차량의 근본 원인을 'EGR(배기가스재순환장치) 설계 결함'으로 지목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고급차 메이커인 BMW로서는 치욕적인 일이다. 그래서인지 BMW 측은 설계 결함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양측 모두 자존심이 걸린 사안인 만큼 첨예한 공방이 예고된다.
BMW코리아는 24일 엔진 부품 설계 자체가 잘못돼 차량 화재가 발생했다는 민관합동조사단의 발표와 관련해 "설계 결함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같은 날 조사단은 "차량 화재 발생의 시작이 EGR쿨러 균열로부터 시작되고, 이는 쿨러 내 냉각수가 끓는 현상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EGR 설계결함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BMW는 조사단 발표에 대해 "냉각수 누수는 쿨러의 크랙(균열)으로 인한 것이지 설계 결함은 아니다"며 "EGR 쿨러의 작동 조건은 차량이 운영되는 모든 상황에 충분히 부합되도록 설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설계 결함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BMW 입장에서 매우 치명적이다. BMW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서도 메르세데스-벤츠 등과 같이 고급차 메이커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회사가 '설계 결함'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경우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3년 전 독일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인 '디젤게이트'와도 전혀 다른 사안이다. 당시 폭스바겐의 주원인이 '조작'이었다면, BMW는 '결함'이다. 양측 모두 기술적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다만 폭스바겐은 세계를 대상으로 사기극을 벌인 도덕성이 더 큰 문제라면, BMW의 설계 결함은 곧 자동차 업체로서 엔지니어링의 한계점을 나타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BMW가 이날 정부 결과를 고스란히 받아들일 경우 이를 모두 시인하는 격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BMW 측이 정부 조사 결과 발표를 대체로 받아들이면서도 설계 결함이라는 부분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이를 받아들일 경우 본사 차원에서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