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강해령 기자] 한국HP엔터프라이즈(한국HPE)가 막바지 구조조정 작업 중 국내 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직원 '휴업'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혹독한 구조조정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한국HP 노조는 최근 엔터프라이즈서비스(ES) 사업부 구조조정 대상 직원 13명 가운데 6명이 희망 퇴직을 신청했고, 2명은 휴업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휴업은 회사가 근로자에 일을 줄 수 있는 능력과 의사가 있지만, 사정 상 이를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HPE는 지난해만 네 차례 희망퇴직을 권유하며, 총 직원의 18% 가까이 되는 120명을 내보내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했다. 이 과정에서 고용 승계나 보상 문제가 직원들과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고 회사 노조는 주장해왔다.
휴업 명령을 받은 직원 2명은 봉급의 70%만 받게 된다. 이번 휴업 명령은 1998년 HP가 국내 들어온 이후 처음이다. 노조 측은 "성과가 나쁜 직원들이 아닌데, 사측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사를 강요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앞으로 구조조정이 또 일어나면 휴업 조치가 더 쉽게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회사 조치에 대해 부당해고 구제신청, 피케팅 시위 등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직원 2명은 지난해 9월부터 중소기업용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을 개발하고 판매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직원들은 고객사와 계약이 성사될 때쯤 휴업을 통보받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휴업 통보를 받은 50대 남성 직원은 "계약을 가시화하자마자 지원을 끊는 것은 애초 이 프로그램을 유지할 방침이 없었고, 고객사와 신뢰보다 비용절감이 우선이라는 것"이라며 억울해 했다. 이어 "근로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끼고, 현실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노조 측은 최근 회사 내 기술 엔지니어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대부분 인력을 외주를 주려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환 한국HP 노조위원장은 "외주 비용과 기존 직원을 고용하는 비용이 비슷한데, 급여를 깎아서라도 남고 싶어하는 직원들을 내쫓겠다는 사측 입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HPE 직원들은 회사가 하반기에도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불안함을 호소했다. 노조 측은 "또 다른 인력 구조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회사 규정 상 임직원과 논의된 세부사항에 대해 기밀을 유지하며, 이에 대한 입장을 언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모든 지역에서 법규를 준수하고 있으며, 부당해고를 한 적 없고, 이에 반하는 어떤 의견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강해령기자 strong@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