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표 발행주식총수 1/4 이상
소유지배구조 우수기업들 피해
중국 규정 없고, 일본 삭제 가능
한경연 "상법 규정 완화 절실"
소유지배구조 우수기업들 피해
중국 규정 없고, 일본 삭제 가능
한경연 "상법 규정 완화 절실"
현행 상법의 주주총회 결의요건을 완화시켜 준 '섀도우보팅 제도'가 지난해 말에 폐지되면서 주주총회에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이를 막기 위해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8일 '섀도우보팅제도 폐지 이후의 대책'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섀도우보팅은 주주총회에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상장사가 한국예탁결제원에 안건별로 요청하면 예탁원이 모자라는 정족수만큼의 의결권을 참석한 주주의 찬반투표 비율에 맞춰 행사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섀도우보팅을 신청한 기업은 전체 상장사의 1/3인 33.3%에 달했다.
한경연은 "섀도우보팅 폐지로 현재 주주총회 안건이 가결되려면 출석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을 얻는 것과 별개로 그 찬성표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을 넘어야 한다"며 "1/4 요건이 실질적으로 의사정족수의 기능을 하고 있어 주총 결의를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경연은 소유지배구조 우수기업의 주주총회 결의 불성립 등 역차별도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는 많은 상장기업이 섀도우보팅 제도를 활용해 왔기 때문에 주주총회 결의에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올해부터 관련 제도가 사라지면서 주주총회 결의 무산을 막기 위한 상법 개정이 더 절실해졌다는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는 "섀도우보팅 폐지로 주식이 널리 분산돼 소위 '소유지배구조가 좋다'고 평가받는 기업일수록 정원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될 역설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영국, 독일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의사정족수가 주주총회에서 문제가 되는 국가는 매우 드물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의사정족수 도입을 회사 자율에 맡기고 있으며, 중국은 의사정족수 규정 자체가 없다. 영국은 의결권 수를 불문하고 주주 '2인 이상'이면 무조건 의사정족수를 충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회사법은 의사정족수를 의결권의 과반수로 요구하지만, 회사가 정관으로 이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의사정족수를 과반수로 규정하고 있으나, 정관으로 1/3 수준까지 경감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한경연은 외국 입법례를 감안해 의사정족수 요건인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을 삭제하고, 출석한 의결권의 과반수만 찬성하면 주총결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등 현행 상법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주식 회전율이 높은데 이러한 사정으로 주총 당일에는 소집통보 시 주주였던 사람들의 상당수가 이미 주주 자격을 잃거나 남아있는 사람들도 주총 안건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주식회전율이 높은 중국은 의사정족수 규정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해 우리도 주주의 특성을 반영한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정기자 lmj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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