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챙기려 불법 가개통
단기간 수십번 개통·해지 반복
'신분증 스캐너' 불구 피해 지속
"모니터링 강화·시스템 고도화를"
단기간 수십번 개통·해지 반복
'신분증 스캐너' 불구 피해 지속
"모니터링 강화·시스템 고도화를"
[디지털타임스 강은성 기자]#.30대 직장인 류모씨는 최근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우연히 휴대전화 명의도용방지서비스 'm세이퍼'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됐다.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이니 한번 점검이나 해 볼 까 싶어 류씨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휴대전화 개통 이력을 확인했다. 그러자 류씨가 현재 사용하는 휴대전화 외에도 2014년 12월에 개통된, 전혀 모르는 번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번호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일반 이용자와 비슷하게 2년여에 한번씩 휴대전화를 교체했던 류 씨의 그간 행동패턴과 달리 개통 이력에는 지난 3년간 십여차례가 넘는 휴대전화 개통과 해지 이력이 남아있었다. 류 씨는 일단 해당 번호를 당장 해지했지만 자신도 모르는 새 휴대전화가 개통되고 해지된 것이 혹시 범죄에 도용된 것은 아닌지, 개통된 휴대전화 요금이 수년간 자신의 명의로 연체돼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것은 아닌지 불쾌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휴대전화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리베이트 등을 챙길 목적으로 이용자 명의를 불법 도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막겠다며 지난해 12월 민간에서 '신분증 스캐너'를 자율도입 했지만 피해 사례는 지속 발생하는 중이다.
11일 휴대전화 유통업계 및 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따르면 KAIT에 접수되는 민원 중 대다수가 명의도용과 관련한 불만 제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KAIT 관계자는 "이용자 민원이나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이첩되는 민원 대다수는 명의도용 관련 문의"라면서 "지난해 12월 명의도용 방지를 위해 휴대전화 유통점에 신분증 스캐너 의무도입을 제도화한 이후 현장의 명의도용 문제는 상당수 줄어들었다고 판단하지만, 아직도 일부 온라인 판매점을 중심으로 신분증 사본을 불법·편법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가입자 명의를 불법적으로 도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통신사 본사에서 단기간에 지급되는 '리베이트'를 편취하기 위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사 대리점 직원은 "본사에서 '정책(보조금이나 리베이트 지급을 일컫는 말)'이 내려올 때면 대부분 길어야 일주일, 짧을 때는 하루나 몇 시간 수준일 때도 있다"면서 "때문에 일부 판매점에서는 고객들 명의를 도용해 휴대전화를 '가개통'하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다수 확보한 뒤 정책이 끝난 이후에도 이를 활용해 영업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는 엄연히 불법이다. 개인정보를 함부로 도용하면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하지만 유통 현장에서는 이 같은 명의도용이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
KAIT 관계자는 "지난해 신분증 스캐너를 의무 도입하도록 한 이후 명의도용 문제가 보다 체계적으로 해결되고, 현장의 불법-편법 개통 행위도 감소하고 있다"면서 "아직 근절되지 않은 부분 등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스템을 고도화해 보다 정밀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KAIT는 연내 신분증 스캐너 운영 시스템 고도화도 추진한다. 현재 시스템 납품 등에 대한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시스템이 개선되면 신분증 스캐너 정보를 통신사와 연계하고 정확한 통계자료도 추출해 명의도용 방지 수준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