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업계설득 사실상 실패
이통 3사 "법적 대응도 불사"
이통 3사 "법적 대응도 불사"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8일 이동통신 3사에 '단말기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의 할인 비율을 현행 20%에서 25%로 높이려는 정부 방침에 관한 의견서를 보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동통신 3사는 현행 요금체계 등 내·외부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후 답변서 제출 시한에 맞춰 의견을 낼 예정이다.
정부의 공문 발송은 제도 시행 이전에 업계의 입장을 수렴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되지만, 대통령의 공약이던 기본료 폐지의 대안으로 선택한 정책인 만큼 업계 반발이 있더라도 25% 요금할인의 기본 틀을 수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이통 3사는 정부가 25% 요금할인을 강행할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외 주주들로부터 회사의 피해를 막지 못했다는 배임 소송을 당할 우려가 있는 데다 25% 요금할인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국내외 주주들로부터 '요금할인을 인상할 경우 주주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난다'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주주들의 손해가 가시화 할 경우 주주들이 배임 등 문제제기를 할 수 있고 법적 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장관이 100분의 5 범위 내에서 요금할인율을 가감할 수 있다고 정한 규정을 인상 근거로 들고 있지만, 100분의 5 범위가 5%포인트가 아닌 할인율의 5%로 봐야 한다는 게 이통사들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할인율 조정 가능 범위는 19∼21%가 된다는 게 통신사들의 계산이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위배 여부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통사들은 요금할인율을 25%로 올리게 되면 지원금을 받는 구매자가 불리해질 수밖에 없어 단통법이 금지하는 '소비자 차별'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통사는 정부가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통사들이 제조사, 포털, 유통 등 다른 시장 참여자에게도 영향이 큰 단말기 완전 자급제나 망 중립성 완화 등을 대안으로 거론하는 것도 '고통 분담'의 맥락으로 해석된다.
유영상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은 지난 27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통신비 대책으로 업계 수익성 악화, 미래 투자 위축, 통신 품질 저하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정부와 합의점 도출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법적 대응 방안을 포함해 단말기 자급제 등 제도 개선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광석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8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통신사뿐만 아니라 정부, 제조사, 포털 등 이해관계자들이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며 "주파수 대가와 전파 사용료 등 각종 기금이 결국 통신비로 충당되기 때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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